아이돌 중심 K팝 시장, 잇따른 밴드 활약 속 스펙트럼 확장 평가
데이식스, 밴드 최초 '고척돔' 입성 쾌거... 루시 등 인기 밴드들 성과도 주목
2024년 가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으라면 '밴드신의 부흥'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간 아이돌 그룹들의 약진 속 다른 장르들이 쉽게 주목받지 못했던 K팝 시장에서 데이식스·루시·더 로즈 등을 필두로한 밴드들의 활약은 국내 음악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며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K팝 시장에서 밴드 음악은 꽤나 오랜 시간 '비주류 장르'로 구분돼 왔다. 과거 들국화·부활·산울림·넥스트·송골매 등 소위 '거장'으로 불리는 밴드들을 비롯해 90년대를 풍미했던 윤도현 밴드(YB)·자우림·노브레인·크라잉넛 등이 마니아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물론 대중적 인기까지 구가하며 밴드의 부흥기를 이끌기도 했으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밴드 사운드의 대중적 입지는 좁아졌다. 그 사이 아이돌 밴드를 표방한 FT아일랜드·씨엔블루 등이 인기를 끌었고, 장기하와 얼굴들·잔나비 등이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으나 이들의 행보가 밴드신 전반에 걸친 부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실로 오랜 기다림 끝 올해 가요 시장은 제대로 '밴드 부흥기'를 맞이했다. 탄탄한 실력과 대중성은 물론 보다 다양한 계층의 리스너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색을 내세운 밴드들이 잇따라 조명을 받은 덕분이다.
그 시작점에서 제대로 불씨를 틔운 팀은 데이식스다. 2015년 데뷔한 이들은 데뷔 9년 만인 올해 제대로 전성기를 맞이하며 K팝 시장의 '밴드 부흥기'를 이끌었다.
과거 발매했던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주목을 받았던 이들은 올해 초 멤버들의 군백기를 끝내고 발매한 신곡 '웰컴 투 더 쇼'가 정주행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인기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열기에 힘입어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입성하며 공연 규모를 키웠던 이들은 지난 9월 발매한 새 미니앨범 '밴드 에이드'로 초대박을 치며 또 한 번 몸집을 불렸다.
'밴드 에이드'는 발매 직후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싹쓸이했고, 데이식스는 국내 밴드신은 물론 굵직한 아이돌 그룹을 통틀어도 뒤지지 않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한동안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은 '데이식스와 데이식스의 경쟁'이었을 정도다. 이에 힘입어 데이식스는 각종 음악 페스티벌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는 헤드라이너로 발돋움했으며, 지난 10월에는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문체부 장관 표창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2024 KGMA'에서 데뷔 첫 대상을 수상하며 절정의 인기를 입증했다.
인기 행보 속 데이식스는 오는 20~21일 국내 밴드 최초로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하며 K팝 밴드신에 새 역사를 쓴다. 이들이 개최 예정인 '2024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는 이미 티켓 오픈 당시 순식간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상태다.
이같은 인기는 비단 데이식스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JTBC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루시 역시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을 자랑하며 올해 뜨거운 활약을 펼쳤다.
첫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인기를 입증했던 루시는 올해 데뷔 첫 월드투어 '리튼 바이 플라워'를 개최하고 아시아 및 북미 주요 도시에서 글로벌 팬들을 만났다. 그 사이 발매한 새 미니앨범 '프롬.' 역시 음원 차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루시 역시 올해 개최된 굵직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꿰차며 음악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해외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더 로즈도 올해 밴드신의 부흥에 일조했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 앨범 '듀얼'로 한국 밴드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던 이들은 올해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입성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미 북미 투어로 약 6만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알렸던 이들은 상반기 개최된 유럽 투어에서는 무려 7만여 명의 글로벌 음악 팬들을 만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 뿐만 아니라 올해 실리카겔·쏜애플·웨이브 투 어스·엑스디너리 히어로즈·드래곤포니 등 많은 밴드들이 맹활약하며 K팝 밴드신의 부흥에 힘을 실었다. 밴드 음악의 전례 없는 인기 속 아이돌 그룹, 솔로 가수 등 기존에 다른 장르의 음악을 주로 전개해왔던 팀들 역시 밴드 사운드에 잇따라 도전했다는 점도 유의미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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