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권성동 "대통령 직무정지라 대행 임명권 없다" 주장에
헌법학자들 "임명권은 형식적 행위, 대행 임명 가능"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하면 위헌 소지, 탄핵 대상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3명이 공석이라 6인 체제다. 대통령 탄핵 인용에 6명 찬성이 필요해 이대로면 만장일치가 아닐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기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어 있는 3명을 채우려고 서두르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헌법 전문가들은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몫 3명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국회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의 임명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 원내대표의 주장을 따를 경우 도리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위? 직무정지? "해석 불필요"
권 원내대표의 논리는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탄핵)가 아닌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추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을 통해 9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회 추천 재판관 3명이 비어있다.
민주당은 3명 추천을 서둘러 '9명 헌재'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다루자는 입장이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 제111조를 근거로 추가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민주당 손을 들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추천 몫이라면 권한대행이 임명하기는 힘들지만, 국회에서 추천한 재판관은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것”이라며 “권한대행이 임명해도 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형식적인 임명 절차에 불과한 대통령 임명권을 두고 엉뚱하게 궐위니 직무정지니 따질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로남불? “그때와 상황 달라”
권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은 2017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면 국회에서 인준을 안 할 것”이라고 맹공을 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이 반대한 건 ‘대통령 추천 몫’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 지명이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쟁점은 ‘국회 추천 몫’ 재판관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지명 몫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지만 국회 추천은 국회 동의를 받아서 임명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여기에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당시 황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추가로 임명하면 탄핵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았다. 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헌법재판관이 9명이었다가 1명이 공석이 된 상황이었고, 탄핵 심판 변론도 종결될 즈음이었다”라며 “결론을 내릴 시점에 청문회를 거쳐 새로운 재판관을 임명하면 탄핵 심판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의 경우는 6인 체제를 정상화해 헌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임명 거부? "위헌·탄핵 사유"
여야가 추천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도 같은 견해다. 본보가 김한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답변서에 따르면 정계선 마은혁 조한창 후보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조건인 '대통령 사고 상태'를 두고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현재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태라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한다"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계선·마은혁 후보자는 야당이, 조한창 후보자는 여당이 추천했다.
심지어 재판관 임명 거부는 위헌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임명권 불행사로 인하여 재판관 공석이 생긴다면 국민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의 객관적 성격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형식적인 임명권만을 가진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 탄핵 심리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라며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