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지옥에서 온 판사'… 참교육 장면 담아낸 작품들
특수한 능력 지닌 주인공의 무자비한 응징
최근 '사이다 드라마'가 대세다. 청량한 사이다처럼 막힌 속을 뻥 뚫어 준다는 의미다. 이러한 작품에서는 불량 청소년이 주인공에게 혼쭐이 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주목할 점은 불량 청소년들에게 무력까지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속 영수(배두나)는 브레인 해킹 능력의 소유자다. 그는 딸의 얼굴을 야한 사진에 합성해 협박한 일진 규태(배재영)를 마주하게 된다. 영수는 규태의 몸에 칼을 가져다대고 큰 고통을 안긴다. 규태는 아버지를 만났을 때 "(영수가) 내 다리를 도려냈다가 다시 붙여줬다"면서 울부짖는다. 그러나 규태의 실제 신체는 멀쩡하다. 영수가 브레인 해킹 능력을 통해 규태에게 마치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던 듯한 고통을 안긴 것이다.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도 일진이 혼쭐 나는 장면이 그려진 바 있다. 악마 빛나(박신혜)는 여학생에게 돈을 빼앗고 있는 일진 무리를 폭력으로 혼내준다. 이후 일진의 엄마가 경찰서에서 "당신이 우리 애를 팼느냐"고 따지자 "팬 거 아니고 참교육"이라고 답한다. 또한 "모전여전"이라면서 "뉘 집 자식이길래 가정 교육을 판타지로 받았나 했는데 그쪽 보니 딱 알겠다"고 통쾌한 일침을 날린다.
시청자 판타지 반영하는 드라마
'가족계획'과 '지옥에서 온 판사'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자신의 악인 처단에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족계획'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인 엄마가 가족과 합심해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빛나가 열혈형사를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수와 빛나는 모두 악인의 앞에서 무자비하고, 망설임 없이 폭력을 사용한다. 나쁜 청소년들은 빛나의 말처럼 '참교육'을 당한다.
사이다 드라마 속 이러한 장면들은 현실과 대조적이다. 10대 청소년이 저지르는 잔혹한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형사미성년자의 기준 및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이용하려고 했던 범죄 수법들 역시 대중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불량 청소년들은 공공의 적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은 불량 청소년을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봐주지 않는다. 말로 타이르거나 각종 제도를 활용하는 대신 직접 처단에 나선다. 후환도 없다. 영수는 실제로는 브레인 해킹을 사용한 것이기에 '참교육'의 증거조차 남지 않았다. 빛나는 판사라는 자신의 지위를 통해 일진 엄마들이 입을 닫게 만든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울 법한 일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왔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판타지를 담아 만들어진다.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가진 것 없는 여자 주인공에 빠져드는 것도, 극 중에서 수많은 우연이 겹치며 권선징악 결말이 만들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한 드라마 속 불량 청소년의 참교육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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