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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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대한 오해⑧
12·3 계엄 이후 탄핵 여론 비등
전 세대·계층에 걸쳐 고루 급증
향후 촛불집회 확산은 미지수
12월 3일 밤 10시,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의 통과로 6시간 만에 해프닝처럼 막을 내렸다. 그리고 2주 만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한민국은 불과 7년 만에 두 명의 보수 대통령이 탄핵당할 상황에 놓였다.
우려했던 유혈사태나 실질적인 헌정 중단 사태로 치닫기 전에 막을 내린 것은 다행이지만, 언론에 비친 여론은 ‘일시적인 해프닝’ 정도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2016~2017년 당시 탄핵 촛불 여론이 형성된 후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이어졌고, 세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이번 비상계엄 이후 여론도 심상치 않다.
계엄 선포, 잠복된 탄핵 여론 점화시켰다
먼저, 잠복해 있던 탄핵 여론이 점화됐다. 야권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의제화했을 때가 지난 8월이었다. 한국사람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여론은 8월 23~26일 조사 당시 과반에 못 미치는 48%였다. 하지만 계엄 직후엔 75%(12월 6~9일 조사)까지 상승했다. 무엇보다 찬성 ‘강도’가 급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매우 찬성’이란 답변은 8월 조사 당시 29%에서 12월엔 무려 62%까지 치솟았다. 계엄 조치 이전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소극적 찬성’이었던 의견이 ‘적극적 찬성’으로 바뀐 것이다.
'탄핵 찬성', 전 계층에서 급증... 보수·영남·고령층도 절반 넘어
세대·성별·지역·이념 등 전 계층에 걸쳐 ‘탄핵 찬성’ 의견이 급증했다. 8월에는 '탄핵 찬성’이 절반을 넘지 않은 계층이 더 많았다. △18~34세 남성 △65세 이상 남녀 △이념적 중도층 등 ‘탄핵 반대’ 여론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이 탄핵 여론 확산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12월 계엄 조치 이후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탄핵 찬성’ 목소리가 특히 낮았던 △20대 남성(44%P 증가) △50~64세 남녀(31%P 증가) △65세 이상 여성(30%P 증가) △중도층(32%P 증가)에서 여론이 들끓었다. 또 65세 이상 남녀, 대구·경북(59%), 부울경(66%), 보수층 등 상대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계층에서도 찬성 의견이 8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밖에 찬성률이 높은 집단으로는 진보층(96%), 호남 거주자(90%)였고, 18~64세 남녀 집단에서도 80%대를 넘어서며 탄핵 여론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뒷받침했다.
12월 조사에서는 ‘비상계엄 이전에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응답자의 9%만이 “참여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앞으로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엔 46%가 “(반드시, 혹은 가급적) 참여할 것”이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2016년 촛불집회가 확산될 때도 이와 비슷했다. ‘정치가 시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정치 불신이 확산되면, 시민들은 ‘제도적 참여’보다 ‘광장 정치의 참여’ 동기가 강화된다. 반대로, 국회나 검찰(특검), 헌재 등 대의 정치제도가 제대로 작동할수록 촛불집회 참여도는 감소한다.
18~34세 여성, 탄핵 여론 주도… 향후 집회 참여 의사는 엇갈려
탄핵 찬성 여론은 전 세대에 걸쳐 확산했지만, 향후 ‘탄핵을 위한 집회 참여’ 의향은 다소 엇갈렸다. △18~34세 여성 △35~64세 중·장년 △이념적 진보층 △호남 거주자는 집회 참여 의향이 50%를 넘었다. 2024년 탄핵 촛불의 주역인 셈이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 △대구·경북 거주자 △이념적 보수층은 해당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했다.
또 최근 통신사 데이터 기준으로는 20대 여성의 집회 참여도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18~34세 여성의 탄핵 집회 참여 의향(51%)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18~34세 남성 △이념적 중도층 △서울·경기·인천·충청·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집회 참여 의향이 31~40%대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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