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인도네시아에 헤로인 운반 혐의 체포
사형 집행 직전 범죄 조직원 체포로 목숨 구해
인도네시아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형 집행 직전 가까스로 살아남은 필리핀 여성이 14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1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정부 합의에 따라 본국 송환이 결정된 필리핀인 사형수 메리 제인 벨로소(39)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다. 그는 귀국에 앞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다시 새 출발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양국 정상에게 감사를 표하며 “인도네시아 사랑해요”를 연신 외치기도 했다.
벨로소는 2010년 가사노동자로 취업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던 중 가방에서 2.6㎏ 정도의 헤로인이 발견돼 체포됐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마약 밀수·밀매 사범은 총살형에 처한다.
벨로소의 가족과 인권 단체는 벨로소가 인도네시아에 취직시켜 준다는 가짜 채용 공고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마약 운반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빈민가 출신이자 검거 당시 열두 살, 여섯 살 아들을 홀로 키우던 미혼모인 벨로소의 사연이 필리핀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필리핀 정부도 인도네시아에 선처를 요청했다.
필리핀 ‘복싱 영웅’ 파퀴아오도 2015년 조코 위도도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사형 중단을 요청하는 등 필리핀 국민 다수가 구명 운동에 나섰지만, 인도네시아 측은 ‘마약 범죄에는 자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 2015년 4월 28일 벨로소를 운반책으로 이용한 마약 범죄 조직원이 필리핀에서 체포되면서 극적으로 사형 집행이 보류됐다. 형 집행 11시간 전이었다. 처형된 사형수의 시신을 담는 관과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볼 종교인들까지 교도소에 도착한 상태였다. 벨로소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마약사범 7명은 예정대로 총살당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벨로소의 무죄를 완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지난 9년간 그를 계속 구금해왔다. 이후 수년간의 협상 끝에 양국은 지난달 벨로소 본국 송환에 합의했고, 14년 만에 살아서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대함 덕분에 벨로소가 고국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귀국 직후 벨로소는 마닐라 여성 교도소로 이송됐으나 사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에두아르도 데 베가 필리핀 외교부 차관보는 “정부 목표는 그를 인도받는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완전히 사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벨로소를 본국으로 돌려보낸 인도네시아 정부는 필리핀 당국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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