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유지한 '원전 의존도 최소화'
10년 지나자 삭제… '원전 포함 탈탄소 활용'
"사고 아직 해결 안 됐는데" 실망한 주민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2011년 3월) 이후 유지해 온 '원전 의존도 최소화' 방침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히려 원전 증설 정책으로 회귀했다. 원전 사고 최대 피해자인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벌써 사고를 잊었느냐"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 기본계획 개정안' 초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2040년까지 필요한 에너지양과 에너지원 이용 계획 등을 담은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침이다.
문제는 '원전 의존도를 최대한 낮춘다'라는 표현 삭제였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4년부터 탈(脫)원전을 목표로 에너지 기본계획에 이 표현을 명시해왔다. 그러나 10년 만에 '원전을 포함한 탈탄소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로 바꾼 것이다.
원전 활용 추진 방침도 담았다. 전력 업체가 원전을 폐로할 경우 다른 원전 부지에 새 원전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금은 폐로를 하더라도 폐로한 부지에 한해 새 원전을 지을 수 있다. 사실상 에너지 정책 방향을 탈원전에서 원전 회귀로 튼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방침을 바꾼 것은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공장과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원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들어 방침을 바꾼 것이다.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에 분노했다. 아직 원전 사고 피해가 복구되지 않았고, 사고로 고통을 겪는 주민이 많은 상황에서 여론 수렴 없이 섣불리 정책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70대 농부는 마이니치에 "13년 전 끔찍한 사고로 지금도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벌써 잊은 거냐"고 따졌다. 아사히는 "후쿠시마현 피난민들은 '정부는 벌써 사고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고향인 쓰시마시를 벗어나 살고 있는 60대 남성도 아사히에 "죽을 때까지 고향에서 살 줄 알았다. 국가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국가가 돌려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야마구치 요시노리 사가현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 방침이 갑자기 바뀌었다.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친 뒤 정부가 지자체에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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