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시각
편집자주
12·3 불법계엄과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우리 문제점을 점검하고,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각 분야 대응방안을 석학들의 연재 기고 형식으로 긴급 점검합니다.
계엄사태로 높아진 장기불황 위험
개혁 없는 20년, 급부상 중국 경제
해외 투자자, 한국 불확실성 우려
아시아 4위의 경제대국, 한국에서 최근 벌어진 일들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촉발된 사태가 10년 뒤까지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12·3 불법계엄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의 가능성을 엿본 외국인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물론 한국 경제는 높은 가계부채, 낮은 생산성, 저출산, 중국 경제 둔화와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통상압박에 따른 수출 위축 가능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은 단 하루 만에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물론 ‘잃어버린 10년’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문제는 한국의 경쟁력을 좀먹어 온 만성적인 안주 분위기가 경제 분야로 확산 중이라는 점이다. 일본도 같은 길을 걸었는데, 윤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한국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2022년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은 공평한 경쟁, 재벌의 경제적 지배력 억제와 경제 효율성 제고를 주장하는 한편,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과거 한국 대통령들과 비슷하게 소비했다. 한국 대통령들은 2~3% 경제성장률에 익숙해진 뒤에는, 다른 분야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부상에 따라 입지가 약화하는 한국의 경제 시스템을 적절히 개혁하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중국 경제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의 계층 구조를 흔들고 있다. 자동차, 스마트폰에서 반도체와 생명공학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세계의 산업 판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중국에 맞서 한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면 끊임없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가 발목을 잡았다. 혼란의 대부분은 국가 비전을 둘러싼 거대 정당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의 재앙적인 행동은 구조적 개혁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한국의 경제적 잠재력을 약화하게 됐다. 물론 한국의 정치적 마비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전임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과 ‘벤처 강국’ 비전을 표명했다. 그러나 ‘말 앞에 마차를 두는’ 정책이었다. 한국에는 훌륭한 아이디어의 젊은 기업가가 부족했던 게 아니었다. 그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경제적 환경과 토양이 부족했다. 박근혜 정권(2013~2017년)도 그랬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재벌 중심 시스템을 해체하려는 웅장한 계획과 창의적인 경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탄핵과 함께 사라졌다. 2008~2013년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도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시절의 경험으로 한국 경제에 활력을 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그 이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경쟁력보다는 북한 경제를 되살리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인상을 줬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경제 역동성을 높이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채 20년이 흘렀다. 한국에는 되돌릴 수 없는 창이 됐는데, 이 기간 중국 경제가 급부상했다. 한국이 일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의 명단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12·3 사태로 그 가능성은 더욱 고조됐다.
다만 주목할 건 이번 사태 직후, 한국은행의 발 빠른 대응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그의 참모들은 시장 심리와 환율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과 ‘다양한 다른 조치’를 신속하게 내놨다. 이런 조치를 통해 한은이 한국 금융시장 안정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능력을 보여줬다.
한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과잉 설비에 따른 중국의 수출 밀어내기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감안하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 여력의 감소도 우려된다. 최근 사태로 여당인 국민의힘(어느 시점에서는 민주당이 될 수도 있다)이 경제개혁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이 과거보다 크게 약화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2025년 아시아 경제를 조망하면서, 10년 뒤인 한국의 2035년을 생각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기고는 코리아타임스와 공동 기획했습니다. 영문 기고는 '코리아타임스 홈페이지 오피니언' 코너에 올라 있습니다.
연재 순서
<1>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2> 박진 KDI 교수 <3> 윌리엄 페섹 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4> 김태형 숭실대 교수 |
---|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