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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칼을 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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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칼을 빼들다

입력
2024.12.2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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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이지현 9단 vs 백 박정환 9단
결승 3번기 1국
[58]

4보

4보


7도

7도


8도

8도

올해 3월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 한국기원으로 이적한 후 한국 여자 바둑계에는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8월엔 김은지 9단이 ‘바둑 여제’ 최정 9단을 제치고 잠시 여자 랭킹 1위에 올랐으며, 이후 최정 9단이 다시 1위로 컴백했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태. 게다가 스미레 3단의 성장세도 크게 눈에 띈다. 한국에 온 지 일 년을 채우기도 전에 여자 기성전과 국수전 결승에 올랐다. 여자 기성전 결승에선 최정 9단에 2 대 1로 패했지만 선승까지 따내면서 1위 경쟁에 뛰어들 날이 머지않음을 알렸다. 역전패의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치러진 여자 국수전 역시 김채영 9단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신예 중엔 2009년생 이나현 초단의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 올해 1월에 입단한 새내기지만 벌써 여자 랭킹 18위에 자리했다.

박정환 9단은 백1, 3의 선수 교환 후 백7의 급소를 차지한다. 그리고 재차 백11로 손을 빼며 상변 보강. 백의 우변 대마를 공격해 볼 테면 해보라는 뜻이다. 여기에 이지현 9단은 흑12로 좌변부터 사전 공작을 했는데 사실 완착이었다. 7도 흑1, 3으로 즉각 공격할 장면. 백4, 6의 타개에 흑15까지 공격하면서 끌고 나가는 게 최선의 수순이었다. 박정환 9단 역시 실전 백15가 지나친 욕심. 8도 백1로 우변을 보강하고 백9까지 좌변을 방어하면 여전히 실리는 백이 앞선 장면이었다. 박정환 9단이 실전 백15까지 버티자 이지현 9단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결국 흑16으로 칼을 빼든다. 흑16은 백23 자리에 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공격. 흑26에 치중하며 백의 대마를 잡으러 가는 공격임을 공표한다. 이제 승부는 대마의 생사에 달렸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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