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 연기
기업 투자 시 위험가중치 규제도 완화
은행에 기업 외화대출 만기 대출 연장 요청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하자 금융당국이 은행, 보험 등 금융권에 대한 규제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금융권의 자본여력을 키워 실물 경제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 안정 및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19일 발표했다.
우선 올해 연말 도입 예정이던 은행권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한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는 17개 국내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 등 은행권이 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자 필요한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외화 자산 중 해외법인 출자금과 같이 비거래적 성격의 구조적 외화 자산에 대해선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이런 자산의 경우 단기적인 환율변동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은행에 수출 기업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연말 급등한 환율로 외화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부담이 줄고, 외환시장의 수급부담도 완화하면서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증권시장안정펀드 잔여 매입약정 금액(미사용 금액)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위험액 반영 수준도 절반으로 하향하기로 했다. 현재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액 중 보험사의 매입약정 금액은 약 1조5,000억 원 수준이다.
금융권의 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관련 부담 완화 조치도 마련했다. 현재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등 투자조합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되는데 앞으로는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실제 투자된 자산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채권은 20~150%, 주식은 100~400%, 부동산 20~150% 등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신용평가기관에서 평가받은 평가 등급을 위험가중치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 등급이 없는 국내 기업에는 무등급이 적용돼 대출·채권에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됐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대내외 여건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는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면서 "시중은행도 '부채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자금지원 방식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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