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명한 이사장 두 명 승소
권태선 "법원, 해임 사유 하나도 인정 안 해"
남영진 "윤석열이 벌인 해악 정상화돼야"
승소했지만 남 전 이사장은 복귀 못 해
언론학자들 "방송 독립성 복원·개혁해야"
법원이 MBC·KBS의 이사장 해임을 취소하라고 결정해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언론계에서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작”이라고 반기면서도 “지연된 정의”라며 아쉬워했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정부의 해임 사유 10개 중 하나도 인정 안 해"
서울행정법원은 19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에 대한 정부의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권 이사장은 MBC 및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소홀, 남 이사장은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두 이사장을 동시에 해임한 처분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 이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결정문을 읽어보니 (방통위가) 저에 대한 해임 사유로 열 가지나 열거했는데 재판부는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로) 앞으로 (정부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임의로 교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전 이사장은 “사필귀정이다. 윤석열 정권이 벌여놓은 모든 해악이 정상으로 되돌려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노조 "지연된 정의...복구 힘든 피해 계속"
하지만 이번 판결로 당장 달라지는 건 없다. 권 이사장은 해임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해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바로 이사장직에 복귀했다. 하지만 남 전 이사장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결국 복귀하지 못했고, 그사이 임기가 종료돼 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철퇴를 내린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연된 정의이기 때문”이라며 “남 전 이사장의 해임 이후 1년 동안 KBS는 많은 것을 잃었으며, 신뢰 상실이라는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여전히 입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이 복귀한 MBC는 이사진과 경영진 구성이 변하지 않아 정부 비판적인 보도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KBS는 남 이사장 해임 후 여권 추천 이사들로 이사회가 재편됐고, 이사회는 김의철 전 KBS 사장을 해임한 후 박민 전 KBS 사장을 임명했다. 이후 KBS는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친정부적인 보도 등이 이어지며 ‘용산 방송’으로 전락했다.
남은 소송은... "방송 제도 개혁해야"
향후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 관련 판결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임, YTN 매각,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과도한 법정제재 등 방통위를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치적인 판단 때문에 방송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소송 비용을 세금으로 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이번 판결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파괴한 것을 사법부가 정상화했다”며 “앞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방송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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