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담화도, 오물 풍선도 20일째 잠잠
김정은, 18일 만에 공개 행보
"북한 유리한 상황...신중하게 주시할 듯"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남 적대 담화도 발표하지 않고, 오물 풍선도 20일째 잠잠하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띠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향후 전략을 다각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18일 만에 공개 활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7일에 들어서야 이달 첫 공개 행보를 보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3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지난달 29일 평양을 방문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면담 이후 18일 만의 공개 활동이다. 지난달만 해도 김 위원장이 13차례 가까이 왕성하게 공개 활동을 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민족 최대 추모의 날'이라 칭송하는 김정일 사망일도 단출한 추모행사로 치렀다. 12주기였던 지난해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올해는 '적대적 2국가론'에 따라 대남 접근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내 정치 상황에 관여하는 것은 내정간섭으로 생각해 별다른 언급 없이 조용히 추모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계엄 이후 북한, '전략적 모호성'
12·3 불법 계엄 사태 보도에 있어서도 북한은 절제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지난 3일 계엄 이후 남측 보도를 단 두 차례 보도했다. 그마저도 비난·선동 위주의 해설 기사가 아닌 한국과 외신 언론을 인용한 사실 보도 형식이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하순부터 남한 소식을 전하는 6면에 윤석열 대통령 비난 시국선언과 퇴진 요구 촛불집회 기사를 거의 매일같이 실어왔다. 그러다가 계엄 사태가 터지자 오히려 말을 아끼고 있다. 20일 통일부 당국자는 "군대의 무력이 시민들 앞에 멈춰서고 대통령의 지시가 국민들의 뜻에 의해 뒤엎어지는 남한의 모습을 그대로 보도하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두 달 전 '평양 무인기 침투' 당시 하루가 멀다 하고 대남 적대 담화를 쏟아냈던 모습과도 무척 상반된 태도다. 당시 "남한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 도발을 감행했다"는 북한 주장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한국의 군사·안보 라인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12·3 불법 계엄으로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몰락하면서, 이번엔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강경책을 쏟아냈던 윤석열 정부의 몰락은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라 오히려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면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개입설 등 탄핵과 관련한 남한 내 선전·선동에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장이나 주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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