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항서 어선 47척 출항
시추선 주위 돌며 항의 시위 벌여
어민들 "보상 마련돼야 물러날 것"
석유공사 "시추는 예정대로 진행"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대게와 오징어를 잡는 어민들이 정부의 석유탐사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반발해 해상 시위를 벌였다.
포항시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와 구룡포근해채낚기협회, 구룡포연안자망·통발협의회 소속 어민들은 20일 오전 8시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에서 '산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탐사시추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 사업 미명 하에 어민들 죽이지 말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서 구호를 외친 뒤 어선 47척에 나눠 타고 출항했다. 2시간 30여분 뒤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이 정박해 있는 포항 앞바다 40㎞ 지점에 도착해 해상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47척의 배에 ‘탐사시추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추선을 둘러싼 뒤 여러 차례 주위를 돌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어민들은 석유탐사 시추 기간이 오징어와 대게 조업의 연중 최대 성수기와 맞물리고, 시추 지점 또한 서식지와 겹쳐 안전사고와 어구 훼손 등이 우려돼 반발하고 있다.
김진만(62)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은 "석유공사가 어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어 가장 바쁜 대게 철이지만 생업을 뒤로하고 시위하게 됐다”며 “해저면에 투하한 어구가 배 한 척당 수 천개에 달해 높은 파도가 치면 시추지점으로 밀려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도 석유공사는 피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장 피해에 실질적인 보상책이 마련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유공사는 어민들의 피해 발생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추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갑각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으며, 시추선의 활동 영역이 0.04㎢에 불과하고 기간도 짧아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석유공사 측은 “시추작업으로 실질적 피해가 확인될 경우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보상을 할 것”이라며 시추선에 다가오는 어민들에게는 “500m 이내로 접근하면 어민과 작업자 모두 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16일 부산외항을 떠나 17일 오전 포항 앞바다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해상에 정박 중이다. 19일 현장 해역에서 첫 탐사시추를 위한 작업에 나섰고 이날 새벽 시추에 돌입했다. 시추는 수심 1.2㎞ 아래 해저면을 2㎞가량 뚫고 들어가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이다. 이후 두 달간 시료를 채취한 뒤 내년 상반기쯤 1차 시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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