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는 비판을 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경영진 개편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MBC 대주주) 이사장 해임은 무효라고 서울행정법원이 19일 판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 경영 관리·감독 의무 소홀, 방만 경영 등을 명분으로 두 사람을 해임했다. 법원은 이들이 낸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해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무리한 해임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남 전 이사장과 권 이사장의 해임은 방송 장악 시도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방통위 해임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부터 논란이었다. 방통위원 정원은 5명이지만, 김효재 당시 방통위원장 권한대행과 이상인 방통위원 등 친정부 성향 방통위원 2명이 해임안 의결을 강행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여권의 사퇴 압박 끝에 면직된 지 3개월 만이었다.
이후 ‘방통위 재편→ 공영방송 이사진을 친정부 성향으로 교체→ 경영진 교체’ 수순으로 공영방송 재편이 이뤄졌다. 남 전 이사장 해임 한 달 만에 김의철 전 KBS 사장이 해임됐고, 보수 성향의 박민 전 사장과 박장범 현 사장이 연달아 취임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9월 해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돼 복귀했고 방문진 이사 교체가 법원에서 잇달아 제동이 걸려 MBC 경영진은 교체되지 않았다. 그 사이 KBS와 MBC의 보도 논조는 극명하게 갈렸다. 정부는 정권 비판 보도를 이어간 MBC를 압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올해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는 MBC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해 18건의 중징계를 내렸으나 법원에서 전부 집행 정지를 당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공영방송 경영진을 친정부 성향으로 구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현 정부처럼 노골적으로 나선 사례는 드물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자유와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민주주의를 존속시키는 힘이다. 어떤 정권도 공영방송을 입맛대로 휘두르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도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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