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가정 폭력에 대항하다 우발적 범행
40년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부부싸움 도중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아내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주부 A(6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대구 남구 자택에서 남편 B(68)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주먹으로 B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리고 B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발로 수차례 밟아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결혼 후 40년간 남편의 음주와 가정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저녁 가족 모임을 앞두고 B씨가 오전부터 계속 술을 마시자 말다툼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평소 전립선암, 척수종양 등 지병을 앓고 있던 B씨는 사건 직후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다발성 손상으로 인한 고칼륨혈증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남편의 가정 폭력에 대항한 행동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대응 행위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폭력에 대한 방어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며 “결국 이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로부터 약 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폭력적 행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넘어져 의식을 잃자 119에 신고하는 등 범행 후 구호조치를 취한 점, 시어머니 등 유족들이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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