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불응부터 영장 집행까지 Q&A>
공수처 尹 출석 불응하면 체포영장 가능성
'무기사용 가능' 경호법과 부딪혀 충돌 우려
법원 발부 영장집행 거부는 형사처벌 대상
韓대행 수사협조 지시 등 정치적 해결 필요
수사 비협조는 '박근혜 파면' 때도 주된 사유
공수처, 尹 조사 없이 구속영장 청구할 수도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거듭 묵살하면서 조만간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헌정사상 처음이라 발부되더라도 제대로 집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여전히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가로막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수사는 늘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출석 요청 불응부터 구속영장 집행까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尹 출석한다면 경호는: 경찰 수천 명이 청사 통제... 경호원 위치는 조사실 밖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응해 25일 출석할 경우, 그는 헌정사상 처음 피의자 조사를 받는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현직 대통령 경호는 전직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역대 대통령들보다 훨씬 철저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직후 진행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피의자 조사 때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이외의 모든 피의자·참고인 조사를 통제해 서울중앙지검을 사실상 박 전 대통령 1인 조사 공간으로 만들었다. 청사 주변에는 경찰 1,920명이 배치됐고, 출입문은 폐쇄되거나 통제됐다. 검찰은 당시 대통령 경호 기준에 맞춘 경호 계획을 세운 뒤, 이를 경찰에 보내는 방식으로 경호처와 소통했다. 다만 관련 법에 따라 조사실에는 변호인만 동석했고, 대통령 경호원은 조사실 밖에서 대기했다.
체포영장 발부 가능할까: 소환 거부 등 요건 충족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출석에 불응할 경우,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에 검사 청구에 의해 판사가 발부한다.
윤 대통령은 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 대부분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직접 또는 순차 지시에 따라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15일(검찰)과 18일(공수처)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잇따라 불응했다.
군사상 비밀 장소에 칩거하면: 영장으로 체포 가능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해도 윤 대통령이 집행에 불응하거나 방해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관저 등이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다루는 곳이란 점을 들어 수사기관의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형사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나 수색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을 찾는 것도 수색이므로, 그가 관저에 머무르는 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체포영장의 목적은 윤 대통령의 신병 자체이므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의견이 많다. 형사소송법에선 수색 장소가 군사상 비밀이 필요한 장소여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①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서 피의자의 위치를 수색해 ②체포 또는 구속하도록 영장을 발부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에 정해진 사유 외에는 법원 영장을 거부할 수 없다"며 "해석상 논란이 없도록 영장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체포 불응하면 어떻게 되나: 경호원 현행범 체포 가능해도 충돌 가능성
법적으로 문제없는 영장 집행을 윤 대통령 측에서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현행범 체포도 가능하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로 ①여럿이 모이거나 ②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③집행자를 다치게 하는 경우에는 가중처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 경호처는 형사처벌을 감내하고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을 막아설 수 있다. 대통령경호법은 '집단을 이뤄 경호업무를 방해·항거해 다른 수단이 없을 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집행을 강행할 경우, 자칫 유혈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환 없이 구속영장 가능한가: 법적 문제 없어... 영장심사 출석 가능성도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할 경우, 공수처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당사자가 출석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두문불출하던 피의자도 영장 발부를 막기 위해 영장심사에는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공수처는 2021년 10월 고발사주 사건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장이 변호사 일정을 이유로 계속 소환에 불응하고 체포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되자,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서울의 한 검찰청 차장검사는 "직접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인권 측면에서 문제 될 순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향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 출석 불응을 이유로 발부되는 체포영장과 달리, 구속영장은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해야 발부된다. 법원까지 윤 대통령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가 피의자 조사나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명분은 더 사라진다.
구속영장 집행 거부하면: 과거 정치인들 불구속되기도
법조계 안팎에선 27년을 검사로 근무한 윤 대통령이 구속영장 집행에 불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자신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형사사법 절차를 거부하는 모순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체포·구속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과거 정치인 피의자의 경우, '표적 수사'나 '정치 탄압'을 주장하며 영장집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1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4억여 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영장 집행을 거부한 채 민주당 당사로 피신해 한 달간 농성했고, 민주당 당직자 100여 명이 영장 집행을 막았다. 다만 김 의원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자 농성을 풀고 영장심사에 출석해 구속됐다.
영장 집행에 끝까지 불응해 불구속기소된 사례도 많다. 한화갑 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04년 10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법원에서 발부된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당사에 칩거했다. 그는 "박정희 유신 때도 야당의 경선자금은 수사한 적 없다"며 검찰의 편파 수사를 지적했다. 검찰은 자체 인력 40여 명과 전경 150명을 투입했으나 당원 등의 저항으로 신병 확보에 실패했고, 결국 그를 불구속기소해야 했다. 2000년에는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 당사 문을 잠그고 저항해 4차례의 체포영장 집행이 모두 실패했다. 정 전 의원은 검찰과의 조율을 거쳐 소환조사에 응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尹 수사에 응하게 하려면: 정치적 해결 필요
법조계에선 불법계엄과 같은 엄중한 사건일수록,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도록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수사기관들이 경쟁하듯 '긴급체포'를 거론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소환에 불응하는 명분만 줄 뿐"이라며 "충분히 수사한 뒤 영장 발부 등 사법부 판단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협조도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호처는 한 권한대행의 직속기구다. 한 대행이 경호처 등으로 하여금 윤 대통령이 수사나 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처도 행정부에 속하는 조직"이라며 "현재 그 정점에 있는 한 대행이 수사 협조를 지시하면 경호처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모든 영장 집행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최후의 수단은 헌재의 파면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다. 헌재 결정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게 윤 대통령의 대응 전략으로 보이지만, 수사 비협조는 탄핵 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피청구인은) 검찰이나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헌법 수호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파면 결정의 이유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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