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게 될 반도체 공장 건설 보조금이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 원)로 확정됐다.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 서명 당시 발표됐던 64억 달러(약 9조2,000억 원)보다 26%나 줄었다. 이마저도 내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그대로 집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 민관이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차일피일 미뤄져 온 반도체 보조금이 조 바이든 대통령 퇴임 전 확정된 건 다행이나 보조금 규모가 크게 감소한 건 유감이다. 이는 미 상무부 실사 과정에서 감액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당초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30년까지 4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최종 투자액은 370억 달러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투자액은 16% 줄였는데 보조금은 26%나 깎은 셈이다. 이는 예비거래각서 당시 보조금과 큰 차이 없이 확정된 대만 TSMC(66억 달러)와 미국 마이크론(61억6,500만 달러)과 대비된다. 인텔도 보조금이 다소 줄긴 했지만 감소 폭은 삼성보다 훨씬 작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혼란과 외교 통상 대응 공백으로 자칫 우리 기업만 피해를 본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깎인 보조금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트럼프는 선거 당시 “반도체 보조금은 나쁜 정책”이라며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순 없는 게 상식이나 트럼프 2기는 그 무엇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대만이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삼성전자보다 한 달이나 먼저 반도체 보조금 규모를 확정한 뒤 후속 절차까지 서두르고 있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대만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5억7,100만 달러(약 8,300억 원)가 넘는 군사원조까지 받아냈다. 정권이 바뀌기 전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받아내겠다는 이야기다. 정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나 우리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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