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리, 크렘린궁 찾아 푸틴과 독대
독일 총리도 11월 푸틴과 2년 만에 전화 통화
FT "유럽도 트럼프 취임이 가져올 변화 대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의 대화를 일제히 단절했던 서방 국가들의 태도가 최근 들어 달라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조금씩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언급한 만큼, 종전 후 유럽 정세 변화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을 찾아 푸틴과 독대했다.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분류되는 피초 총리는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2022년 4월), 오르반 빅토르(올해 7월) 헝가리 총리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푸틴 대통령과 대면한 세 번째 유럽 국가 정상이다.
두 정상 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타스통신은 "피초 총리가 가스 수송 문제로 푸틴 대통령을 찾았다"고 전했다.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아 왔는데, 최근 우크라이나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연료 수송이 끊길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FT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지도자로는 드물게 피초가 푸틴을 만났다"며 "트럼프의 취임(내년 1월 20일)을 앞두고 러시아와 서방 정치인들 간 접촉이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서방 정상들이 2년 넘도록 푸틴과의 대화를 끊었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눈에 띈다는 얘기다. 신문은 "푸틴은 가능한 한 빨리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22일 발언을 함께 전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일종의 '트럼프 효과'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 2년 만에 전화 회담을 가졌다. 전쟁과 관련한 견해차는 여전했지만, 양국 정상이 대화를 나눈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FT는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2기 미국'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 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우크라이나 지지'를 유지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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