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하 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서 '선해' 열연
오랜 무명 뒤 '선자'로 세계에 얼굴 알려
작품마다 노트 한 권 빼곡히 쓰며 몰입
외모도 사랑도 "자연스럽고 솔직한 게 좋아"
“그렇게 다정하게 내 이름 부르지 마!”
이달 초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조명가게’에서 ‘윤선해’(김민하)는 동성 연인 ‘박혜원’(김선화)에게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린다. 연인이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둘러싼 두 사람의 묵은 갈등이 아프게 전해지는 장면이다. 연인에게 분노를 토해내는 이 장면을 찍을 때 배우 김민하(29)는 “그 순간에 몰입하다 보니 감정이 주체가 안 돼 몸이 벌벌 떨리고 대본에 없던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한다. 김민하는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1·2’(2022·2024)의 주인공 ‘선자’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다. 그러나 단단하고 억척스럽게 가족을 지켜낸 이민자 ‘선자’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사랑에 자신을 던지는 예민하고 서늘한 ‘선해’만 남았다. 오롯이 배역 그 자체로 존재하는 배우 김민하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 포기하려 할 때 찾아온 '선자'
대중에게 김민하는 ‘파친코’의 ‘선자’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배우다. 하지만 그는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19세 때부터 수백 번의 오디션을 봤다. “처음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는 바로 주인공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가서는 너무 떨려서 대사 한 마디도 제대로 못 하고 올 때도 많았어요.” 무명은 길었다. 연극, 단편·독립영화, 웹드라마 등에 엑스트라나 단역으로 출연하는 게 전부였고, 오디션은 계속 떨어졌다. 결국 연기를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다.
그때 ‘파친코’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2년 전 찍은 영화 ‘뺑반’ 오디션 영상이 당시 영화 관계자에 의해 예기치 않게 캐스팅 디렉터 손에 들어가는 등 여러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소속사도 없이 혼자 네 달 동안 여덟 번의 오디션을 본 그는 ‘선자’에 낙점됐다. 그는 ‘선자’로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연기를 극찬받았다.
그는 연기를 어떻게 준비할까. 김민하의 오랜 습관은 작품 노트를 적는 것이다. 대본을 읽으며 떠오르는 감정, 생각 등을 두서없이 적으며 배역에 다가간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떠오르는 생각을 써내려 갔고, 두꺼운 노트 한 권을 다 채우기도 했다. ‘조명가게’의 ‘선해’ 역할을 준비할 때는 연인 ‘혜원’에게 쓴 편지가 많았다. “둘이 얼마나 많이 싸웠을까, 사랑의 온도와 깊이는 어땠을까 등 두 사람의 서사를 많이 상상했어요.” 작품을 시작하면 평소 좋아하는 책을 한 장도 읽지 못할 정도로 역할에 몰입한다.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 서면 여전히 떨리고 긴장된다고 했다. “연기가 너무 어려운데 그만큼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로 인해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고유한 아름다움 지키는 솔직한 배우
김민하는 한국의 보통 여성 배우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를 위해 시술을 받거나 화장을 짙게 하는 대신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특이하게 생겼다”, “성형 수술을 해라”, “주근깨를 없애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그런 말에 좌절한 적도 많았지만 그 말을 따르지는 않았다. “모든 개인이 각자 가진 아름다움이 있고, 그 색깔을 그대로 표현할 때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요.”
그는 연애 등 개인사도 솔직히 얘기한다. 한 유튜브 예능에서 1년 반 동안 남자친구 4명으로부터 연속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지인들에게 “왜 그런 것까지 말하냐”고 많이 혼났지만 김민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저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무슨 일에서든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래를 잘하는 김민하는 지난 10월 첫 디지털 싱글 앨범 ‘레터’를 내기도 했다. 2022년엔 NCT 도영과 듀엣 앨범 ‘폴린(Fallin)’도 냈었다. 여전히 남은 꿈도 있다. “저의 최종 목표는 애니메이션 성우가 되어 목소리 연기를 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림이 주는 위로, 목소리가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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