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5선 중진'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했다. 조만간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탄핵정국에서 여당을 이끌 투톱 체제가 완성된다.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검사 출신 친윤석열계'를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여전히 탄핵 민심에 대한 이해조차 없다는 방증이다.
권 의원은 당내에선 친윤이지만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 성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정부에 깊이 관여했다고 보는 국민 인식과 괴리가 있다. 12·3 불법 계엄에 분노한 민심에 아랑곳없이 눈앞의 계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선택으로 비칠 뿐이다.
권 의원은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권 권한대행도 "탄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분열"이라고 강조했다. 쇄신보다 당의 안정과 단합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계엄 해제 표결에도 불참했던 친윤 의원들은 단합을 주장하면서 탄핵 찬성표를 던진 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따돌리거나 비난하고 있다. 불법 계엄에 맞선 당내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를 쇄신을 위한 단합이라 할 수 없다.
권 의원은 "비상계엄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면서도 "일각의 민심으로부터 받게 될 비판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탄핵에 가담한다면 보수진영 전체의 존립이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70% 이상의 탄핵 찬성 여론을 '일각의 민심'으로 치부하는 건 윤 대통령의 불통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인식을 가진 비대위원장이 쇄신을 이끌고 등돌린 민심을 회복하긴 어렵다.
계엄 이후 3주가 지났지만 국민의힘에선 여태 당 차원의 반성이나 사과조차 없다. 계엄에 대한 반성과 윤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세력과의 절연은 쇄신과 민심 회복의 첫걸음이다. 이런 각오 없이 보수 궤멸을 우려하며 '이재명 반대'만 외쳐서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당으로 전락할 뿐이다. 위기일수록 살 궁리보다 죽을 각오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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