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 등 국회에 공 돌려
"정치 본령은 이견 조정"... 국회의장은 반박
탄핵 시 더 큰 혼란 오지만, 한 권한대행 입장 강경
탄핵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압박에도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입장은 '아니오'였다.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공포 요구를 거부하며 공을 다시 국회로 넘겼다. 거부권 행사기한(내달 1일)이 아직 일주일 남은 만큼 정치적 해결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3명이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외면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현재의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될 경우 6명 전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탄핵은 무산된다. 신중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 권한대행의 무모한 결단이 정국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 쌍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대신 모두발언을 통해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헌재 재판관)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 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실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과 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 입장을 못 박은 셈이다. 이어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는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크다”고 이유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대신 국회의 책임으로 돌렸다. 한 권한대행은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의 이해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외교와 안보, 치안과 행정, 경제와 금융이 탄력 있게 굴러가도 이 모든 분야를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 축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에 손을 내밀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24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해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엄포 놓은 상태다. 그는 “우 의장을 중심으로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믿고 있다”면서 “그것이 제가 오랜 세월 대한민국 공직자로 일하면서 몸소 보고 존경하게 된 한국 정치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문제를 여야가 타협·협상할 일로 규정하고 다시 논의 대상으로 삼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도 정치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권한대행을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권한을 넘겨받은 한 권한대행이 이처럼 뜸 들이며 결정을 미루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며 우려해온 쌍특검법은 그렇다 쳐도, 헌재 재판관 임명 권한마저 포기한 것을 두고 헌재 심리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 혼란을 수습한다며 외교, 경제, 안보 행보에 분주하면서도 정작 탄핵 국면을 매듭지을 가장 중요한 임무는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3인 후보자에 대해 임명동의안 처리 시점(26일)까지 한 권한대행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거취는 26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민주당을 향해 "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며 "좀 더 심사숙고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선택은) 회피라기보다 대한민국이 화합과 단합을 다져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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