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감에 합병 효과 '제한적' 지적
기술 개발에 혼다 '독박' 가능성도 제기
규모의 경제로 개발 속도 낼 여지는 커
"경쟁 치열 현대차, 대처 능력 키워야"
일본의 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 지각 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도 두 기업 간 결합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전기차로 상당 부분 옮겨간 상황에서 관련 기술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두 회사 사이의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다만 이들 기업이 몸집을 키워 비용 절감에 나설 경우 경쟁국을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비한 국내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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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와 닛산이 합병이란 초강수를 둔 이유는 간단하다. 각자도생 상태로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대비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몇 수 아래로 여겼던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습에 밀려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는 좁아진 지 오래다. 도요타에 뒤지지 않는 하이브리드 기술력으로 정평이 난 혼다만 해도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서 올해 들어서야 전기차를 선보인 '지각생'이다. 이는 미래 시장을 대비한 경쟁사 간 협업 대신 창립 때부터 주특기만 갈고 닦으며 기술 자급자족 원칙을 이어온 기업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들 기업은 글로벌 판매량 800만 대를 웃도는 세계 3위 규모의 완성차 그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판매량(2023년 기준)만 놓고 보면 기존 3위 현대차그룹(730만 대)을 제친다. 다만 합병 효과는 제한적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두 기업 모두 핵심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맥을 못 추고 있는 탓이 크다. 혼다와 닛산,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 등 3개 회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7년 고점인 약 20%를 찍은 뒤 하락세를 타고 있다.
"점유율 싸움 치열... 현대차 대처해야"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 입장에선 치열한 경쟁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혼다·닛산은 합병 이후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를 낮추는 노력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거액의 투자비를 공동으로 분담해 기술 개발 비용을 아끼면 가격 경쟁력도 챙길 수 있다. 하이브리드(혼다)와 전기차(닛산) 등 각각의 강점을 공유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 수도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후 구조조정 등을 마무리하면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혼다·닛산·미쓰비시 등 3사 모두 전기차 전환이 늦어진 상황에서 현금 보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혼다가 기술 개발 관련 '독박'을 쓸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당장 만만치 않은 경쟁자를 맞닥뜨리게 됐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 공세에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업계 지각 변동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에서 갈 길 바쁜 혼다·닛산은 유리해진 여건을 이용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고 그럴 만한 저력도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파이 싸움이 치열해진 만큼 현대차 등 국내 업계도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혼다는 1조1,000억 엔(약 10조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에 24일 일본 증시에서 주가가 한때 17% 급등했고 오후 들어 오름 폭을 줄이면서 12% 상승 마감했다. 혼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두고 닛산과의 합병 우려가 큰 주주 달래기용이란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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