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금융위기 이후 첫 '1460'원 돌파
강달러에 '불법 계엄' 불확실성 이어지는 탓
수출기업들, 생산 공장 해외에..고환율 덕 못 봐
오히려 달러 부채 부담 늘고, 원자재 비용 올라
배터리, 철강업계 "환율 보며 비용 계산 살 떨려"
트럼프 '보편관세'로 대미 수출 마저 하락 예상
수출 대한민국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강(强)달러 흐름 속에 12·3 불법 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여파까지 미쳐 환율이 1,460원 선을 돌파하면서 수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생산 기지가 국내에 많던 시절에는 '고환율=수출 호재'였지만 이제는 이 공식마저 깨졌다. 오히려 원자재 비용을 끌어올리고 달러 부채 부담을 늘려 수출 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적 관세 카드를 꺼낼 준비 중이다. '최악의 관세 조합'일 때는 대미(對美) 수출이 13.1%나 줄어든다는 국책 연구 기관의 관측도 나왔다. 올해 중국을 제치고 새로운 수출 전진 기지 역할을 하던 미국 시장이 휘청이면 수출 동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 '1460원' 돌파
26일 원·달러 환율이 1,464.8원(오후 3시 30분 기준)을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60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외환 당국은 1,450원 선을 오갈 때 외환을 좀 더 쉽게 사들일 수 있게 하는 등 환율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최근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금리 전망을 상향하면서 강달러 흐름이 유지되는데 국내 정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 대외신인도의 집약체인 환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추가 탄핵 이슈와 국정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는 등 여전히 잡음이 생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환율이 1,450원 이하로 진정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늘어난 달러 결제, 부채에 수출기업 '부담 가중'
환율이 무섭게 오르면서 수출 기업들은 허둥지둥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생산 공장이 많던 시절에는 환율이 오른 만큼 달러당 원화가 더 들어오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이젠 많은 수출기업들이 제3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현지 통화를 바탕으로 수출해 더 이상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나아가 해외에 생산 기지를 지어 수출하기 위해 외화 투자 자금을 조달한 경우에는 늘어난 '달러 부채'의 '원화 가격'이 계속 오르는 부담도 발생한다. 원활한 수출을 위해 달러 투자를 받아 해외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달러 부채를 늘리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원화 부채가 저절로 증가해 앞으로 재투자 계획을 짜는 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비용이 늘어나기도 한다. 원자재 시장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데 고환율 때문에 더 비싸게 사와야 하는 것이다. 철강업계가 이런 상황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이나 원료탄 등의 원자재 수입 가격도 올라 철강사에는 큰 부담"이라며 "매일 환율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비용 산출을 새로 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보편적 관세 '최악의 경우'엔 대미 수출 13.1% 감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편적 관세' 부과를 예고해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산업연구원은 미국 관세 시나리오를 4개로 분류하고 이 중 중국에는 관세 60%,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10%, 한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에는 20%를 내게 하는 경우에 대미 수출이 가장 많이(13.1%)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상대 가격 변화(한국산 제품 가격 상승)로 미국 수입 시장 내 한국 제품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미 수출은 현재 한국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꾸준히 비중이 커지더니 올해는 대중 수출을 제치고 전체 수출의 20% 가까이 차지했다. 대미 수출이 사실상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이마저도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정현 산업연 전문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교역 조건이 계속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이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길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대미 수출은 더 줄어들 수 있어 정부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