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존 기숙사에 지으려다
시 요구로 사유지로 변경했지만
지주 44명 중 4명이 동의 안하고
예정부지 인근 주민들도 반발…
공기 지연에 건축비 늘어 속앓이
市 "100% 동의 받도록 힘쓸 것"
경북 포항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포스코에 포항 도심 특정부지를 매입해 800실의 직원 숙소를 지어달라 요구하고는 정작 부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다 받지 못해 말썽이다. 포스코에 땅을 팔지 않겠다는 주민들은 시세보다 3~4배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고, 직원 숙소터로 포함되지 않은 인근 주민들은 시가 공정한 절차없이 임의로 부지를 선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시는 남구 해도동 515의35 일대 면적 1만3,698㎡를 800실 규모의 포스코 직원 숙소 건립 예정지로 정하고 지난달 말 지주 동의서를 받아 포스코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축구장 면적(국제공인 7,140㎡) 두 배에 달하는 이 땅은 포항시가 1,400억 원을 들여 1년8개월의 공사 끝에 2014년 1월 완공한 포항운하 맞은편에 위치한다. 총 52필지로, 소유자 수는 44명이며 61가구가 살고 있다. 포항제철소와는 폭 450m의 형산강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약 500m로 가깝고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다.
포항시는 당초 포스코에 지난달 말까지 지주들의 동의서를 받아 전달하려고 했지만, 아직 동의를 다 받지 못했다. 동의하지 않은 지주는 4명으로 시세보다 3~4배가 넘는 가격을 요구하거나 아예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숙소 부지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 주민들은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포항시 해도동 한 주민(52)은 “경기가 좋지 않아 벌써 몇 년째 부동산에 집을 내놔도 전화 한 통 없는데, 같은 동네인데도 어디는 포스코가 사준다고 하고 어디는 안 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포항시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결정해 포스코에 매입을 요구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가 주민 동의를 다 받지 못하면서 포스코도 숙소 건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포스코는 직원 기숙사인 포항시 남구 동촌동 동촌생활관(556실)이 낡아 건물을 허물고 같은 자리에 오는 2028년까지 800실의 새 숙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지난해 말 동촌생활관에 거주하던 직원 712명을 전부 내보냈고, 직원들은 현재 포항 도심 여러 곳에 집을 얻어 지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포항시가 도심의 다른 땅을 매입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공사 기간이 늦어지고 설계변경과 부지 매입으로 사업비는 500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는 해당 부지가 과거 다량의 공해물질을 배출한 포항제철소와 매우 가깝고, 주민들이 먼저 시에 포스코 숙소를 짓게 해달라고 요청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반대에 부딪혀 차질을 빚게 되자 뒤늦게 다른 땅을 물색하고 나섰다. 포스코에는 지난달 말까지 완료하기로 한 주민 100% 동의 기한을 이달 17일까지로 미뤘고, 급하게 지난달 27일 포항시 남구 송도동과 해도동을 대상으로 부지 공모에 들어갔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관계자는 “포스코 직원 숙소가 본래 부지에 건립되는 것보다 바깥으로 나와 포항 도심에 지어져야 지역 경제에 도움 되지 않겠느냐”며 “해당 부지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포스코에 직원 숙소를 지어달라고 했고 빈집도 많아 선정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코에 약속한 날짜가 촉박해 주민들의 동의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땅을 찾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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