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이어 총리로 10년 재직
인도 빠른 경제발전 견인 평가
파키스탄과의 갈등 해소는 '미완'
2004년부터 10년 동안 인도를 이끌며 경제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는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사망했다. 향년 92세.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싱 전 총리는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돼 뉴델리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인도는 가장 저명한 지도자 중 한 명을 잃은 것을 애도한다"며 "그는 지혜와 겸손함이 대화 중에 항상 드러났으며,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추모했다.
싱 전 총리는 재무부 장관을 거쳐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지냈으며, 1947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힌두교도가 아닌 소수민족 출신으로서 처음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싱 전 총리의 종교인 씨크교는 인도 전체 인구의 2% 남짓이 믿는 종교다.
1932년 현재 파키스탄 땅인 인도 펀자브주(州)에서 태어난 싱 전 총리는 펀자브대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 학위,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자이자 공무원으로 경력을 쌓던 그는 1991년 파산 직전이었던 인도 정부의 재무장관 자리에 올랐고, 이후 대대적인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싱 전 총리 주도 하에 인도 정부는 세금을 낮추고, 루피화를 평가절하했으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 결과 1990년대부터 인도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고, 총리 재임 시절인 2004~2010년 사이엔 연간 8%의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교 성과도 있었다. 미국과 핵 협정을 체결해 핵기술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면서 인도를 '핵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했고, 이스라엘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면서 싱 전 총리는 3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최초의 인도 지도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그가 가장 노력을 쏟았던 파키스탄과의 갈등 해소 문제는 2008년 뭄바이에서 발생한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연쇄 테러 때문에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두 번째 임기에서 각종 부패 및 이권 스캔들에 휘말린 싱 전 총리는 2014년 3선 출마를 포기한 뒤 모교인 펀자브대 교수로 돌아갔다. 그는 2014년 당시 인터뷰에서 "역사는 현재의 미디어나 야당보다는 나를 더 관대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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