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홍보물 배포 이유로 일터서 출입제한
쿠팡 "배송업무 외 활동은 일체 허용 불가"
대법 "배송 캠프는 유일한 집단 근로 장소
점거·소음도 없어... 노조 할 권리 보장돼야"
"쿠팡 자본으로 임대한 (배송) 캠프에서 쿠팡 직원들 지시를 받고 쿠팡 앱으로 주문한 고객에게 쿠팡 상품을 배송하는 저희(배송기사)들을, 쿠팡은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하루아침에 (캠프) 출입을 막고 쫓아냈습니다. 그것도 노동조합 소식지를 돌렸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지키라는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533일 만에 해고 노동자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을, 늦었지만 환영합니다."
(송정현 택배노조 쿠팡일산지회장)
쿠팡 물류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쿠팡 배송 캠프에서 노조 활동을 한 배송기사들의 캠프 출입을 막은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선 원심 결정을 뒤집고 '원청 사업장에서 하청 노조 활동'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쿠팡 캠프 출입 제한에 일감 뺏긴 노동자
27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4일 송정현 택배노조 쿠팡일산지회장 등 2명이 CLS를 상대로 제기한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CLS의 시설관리권 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배송 캠프 내 노조 홍보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CLS는, 쿠팡 일산캠프에서 노조 홍보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근로조건 개선 관련 서명을 받던 송 지회장 등 노조 간부에 대해 캠프 출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위탁된 (배송) 업무 목적 외에 활동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캠프 출입이 불가능해지자 송 지회장 등은 일감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해고' 상태가 됐고, 이에 출입금지 조치를 풀어달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CLS 조치가 정당하다고 봤다. 원심은 "송 지회장 등이 CLS를 상대로 노조 활동권을 주장하는 게 아니므로 캠프 내 노조 홍보 활동을 CLS가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고 봤다. 특수고용직인 쿠팡 배송기사들을 CLS가 직고용한 게 아니고, 지역별 대리점을 통해 간접고용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 사용자'가 아닌 CLS가 노조 활동을 보장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대법 "노조 활동 못 하고 생계 어려움까지"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산캠프는 택배기사들이 일상적 근로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의 일부이자, 유일한 집단적 근로 제공 장소로서 노조 활동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송 지회장 등이 노조 활동을 하며 어떤 물리력도 쓰지 않았고, 일정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거하거나 소음을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상적인 배송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 것이 아닌데 출입 제한 조치는 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아울러 "(출입 제한) 조치로 인해 송 지회장 등은 CLS 배송 캠프 출입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금지돼, 노조 조합원 모집 활동을 할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주된 수입원인 쿠팡 배송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생계유지에도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명시했다.
쿠팡 측은 이날 "캠프 내 작업자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입차를 제한했으나, 대법원 판결에 따라 2명의 영업점(배송 대리점) 배송기사에 대한 입차 제한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다만 530여 일의 '출입 제한' 기간 동안 송 지회장 등이 맡던 배송구역은 이미 다른 배송기사에게 넘어간 탓에 이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날 서울 강남구 선릉역 쿠팡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CLS는 정당한 노조 활동을 가로막고 노동자들을 해고·탄압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며, 530여 일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에 대한 원직 복직과 배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회 쿠팡 청문회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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