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777회 '전국 최다 헌혈왕' 진성협씨
헌혈 전도사에 수십 년째 지역사회 봉사활동
"1초의 찡그림과 함께 30분만 투자하면 누군가를 살릴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만난 진성협(61)씨는 '전국 최다 헌혈왕'답게 헌혈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 방법이고, 고귀한 희생의 산물"이라며 "처음이 힘들지, 한 번만 용기를 내면 두 번째부터는 자연스럽게 헌혈의집을 찾게 된다"고 했다.
진씨는 지난해 7월 2일 765번째 헌혈로 전국 최다 헌혈왕 기록을 세웠고, 같은 해 12월 19일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777번째 헌혈을 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명예의 전당 게시판 맨 위에는 국내 최대 헌혈자로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명예의 전당은 100회 이상 헌혈자만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자 8,142명(지난달 27일 기준) 중 700회 이상 헌혈자는 진씨 외에 3명뿐이다.
진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81년 서울역 헌혈버스에서 처음 헌혈을 했다. 어려서부터 주삿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커 예방접종을 건너뛰기도 했지만 고향인 제주에서 재생불량성 악성빈혈 판정을 받은 초등학교 동창을 위해 헌혈증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냈다. 그는 "80년대에는 헌혈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고 지금처럼 도심 곳곳에 헌혈의집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헌혈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헌혈버스에서 간호사에게 헌혈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건강할 때 도움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첫 헌혈 이후 43년 동안 헌혈은 진씨 삶의 중심이 됐다. '전혈 헌혈'(혈액의 모든 성분 헌혈)만 이뤄진 과거에는 2개월 간격으로 연 5, 6회 헌혈을 했고, '성분 헌혈'(혈소판, 혈장 등 부분 헌혈)이 가능하게 된 1995년 이후에는 2주 간격으로 꾸준히 피를 나눴다.
지금까지 건강관리에 노력을 쏟아붓는 것도 헌혈할 수 있는 몸을 위해서다. 그는 "20대 초반 직장을 다닐 때 술을 많이 마시고 살이 찌면서 혈압이 상승해 6개월 정도 헌혈을 하지 못했다"며 "아차 싶어서 점심시간에 견과류 한 봉지만 들고 사무실 근처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고, 음식도 조절하는 등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헌혈증 700여 장은 필요한 곳에 수시로 기증했다. 다회 헌혈자로 알려지면서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헌혈증 기증 요청이 오기도 했다. 헌혈증을 모두 나눠주다 보니 정작 장인이 투병으로 헌혈증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는 주변 헌혈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진씨는 헌혈 외에도 1993년 다회 헌혈자, 간호사, 임상병리사, 지인 등과 함께 나눔적십자봉사회를 결성해 수십 년째 홀몸 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헌혈의집을 찾아가 헌혈자들도 안내한다.
앞으로 목표는 '헌혈 1,000회'인데, 헌혈 정년이 만 69세라 꾸준히 헌혈을 한다는 전제하에 계산해도 10회 정도가 부족하다. 그는 "헌혈 정년을 75세까지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헌혈을 하겠다"며 "많은 분이 헌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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