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해제 막으려 국회 봉쇄·체포, 尹 직접 지시
검찰 "국회·의원 권능행사 막은 국헌문란" 규정
김용현, 계엄 이틀전 尹에 포고령 초안 등 보고
"尹 11월부터 계엄 준비... 우발적 행위 아냐"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수괴로 지목한 것은, 12·3 비상계엄이 ①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②국헌문란 목적의 ③폭동이라는 점이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만으로도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형법상 내란죄 구성 요건을 모두 갖춘 것은 물론이고, 대법원 판례에서 규정한 조건에도 모두 부합한다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7일 김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윤 대통령의 직접 또는 순차 지시에 따라 이뤄진 내란 사건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행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해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형법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하면서, 국헌문란을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앞서 내란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하면서 그 요건을 상세하게 남겨놨다. △행위의 결과로 나타난 것 중에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것이 있고 △행위에 국헌문란의 결과를 초래할 원인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며 △이런 행위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게 아니라 치밀한 준비에 의해 이뤄졌다면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12·3 비상계엄의 경우, 계엄 선포 및 후속조치가 국헌문란의 결과를 초래했거나 그 원인이 될 만한 행위를 한 것이 명백해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선 검찰은 경찰의 국회 봉쇄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의 국회 진입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기 위한 '국헌문란 목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 같은 행위가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가로 불러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 계엄 선포 이후에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다그쳤고,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는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저지하려고 한 것"이라며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선관위 직원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려한 시도 △선관위 전산자료를 압수하려한 시도 등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인사 10여 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체포 대상자 위치추적 요청과 체포조 편성·운영이 이뤄졌다. 선관위 장악은 김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올 11월부터 비상계엄시 선관위 직원을 체포·감금할 정보사 요원 30여명 선발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 전 사령관은 이달 1일 '롯데리아 회동'에서 김모 전 대령 등에게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리며 '대통령 지시'임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헌문란 목적으로 이뤄진 12·3 비상계엄은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에도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법원 판례는 폭동을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서 "일대의 평온을 해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조 청장, 김 서울청장 등이 국회를 통제함으로써 폭동이 개시된 것으로 봤다. 계엄군과 경찰이 무장한 채 △여의도(국회, 민주당사) △과천(선관위) △수원(선관위) △관악구(선관위) △서대문구(여론조사꽃)에 진입한 행위 역시, 일대의 평온을 해한 '폭동'이라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내란이라는 점도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적어도 올해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 등과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며, 11월부터는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달 1일 한남동 관저에서 김 전 장관과 만나 "비상계엄을 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본 뒤,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 등을 보고 받아 검토했는데, 이 같은 행위가 내란의 사전 준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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