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 새로고침
<중> 유불리 말고 민주주의
<2> 김종철 연세대 교수
"분권화, 입법으로도 풀 수 있는데 왜 개헌론만"
"국회가 그대로면 어떤 권력 구조도 작동 못해"
편집자주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내란 사태'라는 역대 최악의 헌정 위기로 한국 사회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인물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두 문제가 만난 비극인가. 한국일보는 2025년 신년을 맞아 전문가들과 현행 대통령제 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이를 담은 '대통령제, 새로고침'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우리가 민주적으로 뽑은 대통령이 '독재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는 점에서 불안정성이 있긴 하지만, 현 대통령제는 의회와의 협치를 전제로 설계된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다. 분권은 꼭 개헌으로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역대 정부 형태 논의는 '내각제 채택'보다는 '대통령제를 손보는 방향'으로 대부분 이뤄졌다. 국민 여론이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점이 큰 이유지만, 이에 못지않게 "운영만 잘하면 대통령제가 오히려 권력 쏠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대통령제의 효용을 강조해 온 헌법학자다. 김 교수는 "행정권 오남용을 막을 변화는 필요하지만 입법으로 권력기관 개혁, 선거 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어떤 권력 구조도 작동하지 못한다"고 강조한 뒤,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을 갖추려면 현 내란 사태에 반성부터 해야지, 개헌론을 불쏘시개로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개헌론'을 경계해 온 그는 개헌 반대론자도 아니고 정치권력 독과점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적극 동의한다. 다만 동시에 개헌론을 악용하다 정작 결정적 순간에 정치 개혁을 무산시키는 정치권의 행태를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2017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간사, 2018년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2024년 11월 출범한 국회의장 직속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 위원이다. 그에게 ▲현행 대통령제의 속성 ▲정치 개혁 과제 ▲적절한 개헌 논의 방법과 타이밍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내란 사태 어떻게 보셨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헌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권한을 오남용했다. 군부를 동원해 의회 민주주의와 헌법을 정지시키고 독재체제를 수립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국민이 뽑은 국회 다수파인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봤다는 혐의다. 위헌·위법이라는 것은 지지자들도 부정하기 힘들다. 안타까운 건 이 상황에서도 집권 여당이 궤변으로 정국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헌정이 겪지 않아도 될 이런 피해를 왜 겪어야 하나."
- 헌법재판관 결원이 이슈다.
"국민의힘은 '국가 원수의 지위는 정지됐고 행정부 수반 직무만 대하는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는데 이런 해석론이 무슨 설득력이 있나. 헌법은 해석과 변천, 관행이 중요하다. 살아있는 헌법(The Living Constitution)이라고 한다.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이 처음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형식적 인사권을 행사했다.) 내란 혐의까지 받는 사람을 직무정지시키지 않는 방향의 해석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나. 이렇게 저지른 일에 사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개헌론’을 말하는 게 어떤 의미겠나."
-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
"자격이 없다.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으려면 현 사태에 반성을 해야 된다. 여야정 협의체 참여도 반성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는 잘못됐다, 사과한다'가 있어야 한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데 시시비비도 가리지 않고 어떻게 미래를 논하나. 미래가 담보되겠나. 무시해버릴 텐데. 지금은 책임 추궁의 시간이다."
- 타이밍의 문제인가.
"집권당이 책임부터 져야 한다. 이 사태를 국민들이 왜 겪어야 하나. 40년 넘게 민주화를 통해 달성한 무형의 공신력을 다 무너뜨렸다. 경제, 외교 위기를 스스로 초래했다. 왜 아무도 책임을 안 지나. 대통령 권한 정지는 최소한의 것이다. 집권당, 권한대행, 내각이 책임져야지 왜 개헌론을 꺼내 논점을 희석하나. 다 같이 휘말리면 추궁의 시간은 없어지고, 탄핵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마치 똑같은 운동장에서 다시 권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지금 양측이 똑같이 권투할 수 있나? 아니다. 개헌론이 불쏘시개가 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이러면 정작 순수한 개헌론은 실종된다."
- 역대 논의도 그랬다고 보시나.
"87년 민주화 이후 개헌 논의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정략적인 개헌이 추진되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무효화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근래의 2017~2018년 개헌 논의가 그랬다고 본다. 현 여당은 당시에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진정성이 결여된 개헌론을 넣었다가 빼는 일을 반복했다. 이런 헌정 위기 상황을 맞아서 내란 혐의까지 받는데 진정한 사과도 없이 또 개헌을 말하면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저는 개헌 반대론자가 아니다. 다만 개헌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적절한 타이밍에 헌법이 원칙으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 개헌 논의가 너무 쉽게 나온다는 우려인가.
"자꾸 '87년 체제는 끝났다'고 한다. 뭐가 끝나나. 우리는 87년 헌법으로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 국민들이 중요 고비마다 직접 광장에 나가서 그 헌법 정신을 지켰고 더 발전시켜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헌법을 어긴 비상계엄 선포를 국민들이 막아내고 있지 않나. 또 선거를 보자. 선거 때마다 우리가 나름의 심판을 했다. 지난 4월 총선은 누가 보더라도 윤석열 정부 심판, 여당 심판이었다. 그러면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헌법에 따른 민심을 무시하지 않았나. 협치하라는 국민 명령을 부인했고, 안 했다. 그런 명령이 국민이 지켜온 헌법 정신이고 그걸 안 지켜 생긴 문제인데 너무 함부로 헌법부터 바꾸자고 주장한다. 국민 수준을 정치인들이 못 따라간다.
헌법 체제는 성문헌법만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다. 누가 운영하느냐, 문화가 어떠한가 등이 뒷받침한다. 협치로 교착 상태를 풀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재 대통령제다. 거기에 맞춰 국회의원 비례성이 맞고, 권력기관이 개혁돼 있지 않으니 문제가 된 거다."
- 내용 면에서 대통령제를 평가한다면.
"현상적, 표피적으로 보면 이번에 대통령제의 폐해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내각제에서도 수상이나 국무총리는 계엄권을 가지게 된다. 누구든 음모론에 포획된 망상을 가진 권력 중독자가 그 자리에 오르면 위헌·위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스라엘은 내각제를 채택하지만, 테러로 발생한 사안을 가지고 전쟁을 굉장히 확대 유지한다는 합리적 의심도 받는다.
(다수당이 정부를 구성하는) 내각제는 입법권과 행정권이 한 지도자나 정당에게 가게 되는 구조다. 입법권과 행정권을 융합시키면 오히려 더 독재적 구조가 될 수도 있다. 굳이 비상계엄이라는 수단을 쓸 필요도 없이 권력을 가진 쪽이 입법권을 갖고 통제한다. 굳이 대통령이 국회를 피해가는 시행령 통치를 하거나, 무리한 검찰·경찰권 확대를 통해 사정 정국을 유지할 필요도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
- 내각제로 가도 독재 위험성은 남는다는 것인가.
"'정부의 효율성 추구'와 '독재화 위험 방지'는 길항 관계에 있다. 딜레마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아직 우리나라는 독재 방지 장치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면서 '이제 독재화 위험은 끝났다. 제발 일 좀 하자'라고 생각했다. 효율성의 포인트를 줘서 내각제에 가까운 동시선거론으로 원포인트 개헌을 하려고 했다. 약 20년 전이다. 저도 효율성을 강화해야 된다고 본다. 근데 20년 후인 지금 비상 불법 계엄 사태, 군부 쿠데타 시도가 발생했다. 독재 방지의 필요성이 아직도 있다는 걸 현실이 보여준다."
- 대통령에게 쏠린 권한은.
"각 권력 구조는 고유의 문제들이 있다. 우리 헌법은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그렇지, 의회와의 협치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운용되기 힘든 분권형제도다. 단적으로 국무총리를 대통령 혼자 임명할 수 없다.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임자가 다 낙마해서 총리 경질을 마음대로 못 했다. 물론 현재 국무총리들이 국회의 신임을 배경으로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진 못한다. 행정각부의 장으로 가진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도 효과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건 문제다. 이번 사태만 해도 국무총리가 적극적으로 막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 기능을 고민할 필요는 있는데, 권력 구조 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
- 지금 구조에서 국무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나.
"유신과 5공화국을 거친 뒤 과거의 잔영이 문화적으로 남은 면이 크다. '국무총리는 원래 힘이 없는 거야'라는 식으로 인식하면서, 있는 권한도 (제대로) 활용을 안 한다. 국무총리한테 있는 국무위원 제청권도 잘 안 쓴다. 국무회의도 계엄, 군사에 관한 행위 등을 심의하게 돼 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고,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副署·함께 서명)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그걸 안 했다고 알려진 것 아닌가. 헌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 분권형 대통령제의 일환으로 국무회의를 진작 의결기구화했으면 어땠겠냐는 의견도 있다.
"저는 국무회의를 의결기구화하는 건 대통령제 유지가 아니라 아예 내각제를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본다. 대통령이라는 기관이 있다고 다 대통령제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 권력의 기반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국무회의를 의결기구화하는 대통령제'를 지금 도입한다고 치자. 실권은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에게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걸 대통령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분권형 내각제'라고 불러야 한다."
-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주자는 논의도 있었다.
"마찬가지다. 총리 추천권을 주면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 없다. 그런 식의 분권화를 성공적으로 하는 나라가 없다. 윤석열(대통령)과 한동훈(국민의힘 전 대표)이 갈라서는 모습을 봐라. 권력 앞에서 20년 동맹이 한순간에 깨지지 않나. 수평적 분권화를 하자는 건 그런 갈등을 제도화해 놓자는 것이다. 우리 문화에도 맞지 않다. 일각에서 언급하는 오스트리아는 인구가 910만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제도는 그렇게 돼 있을 뿐 실제는 내각제로 운영한다. 대통령이 사실상 내치를 못 하고 나머지 권한도 다 수상에게 주는 구조다. 권력은 실질적인 곳에 다 쏠리게 돼 있다. 동서고금 마찬가지다. 이론적 가능성으로 좋은 면만 보고 조합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해 본들, 지금 있는 헌법도 안 지켜서 고민인데 그 체제로 가서는 헌법이 잘 지켜지리라는 보장이 있겠나."
- 학계에서는 이원정부제 논의도 있다.
"이원정부제를 잘하는 나라가 세계에 없다. 배울 사례를 가져올 나라가 없다. 프랑스는 국무총리에게 헌법상 권한이 있다. 대통령 권한과 겹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집권 후 좌파 연합에 총리직을 안 주려고 계속 돌리기만 하고 지금 정국 혼란이 야기되고 있지 않나. 그런 정치적 불안정성이 초래되도록 구조화해 놓은 제도다.
그래서 저는 권력 구조에 관해서는 현상 유지론이고, 미시적으로는 대통령 법률안 제출권 및 사면권을 제한 축소하는 일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사면법을 잘 만들면 법률로 국회가 당장 조치할 수 있는 게 많다.
또 내각제를 정 하려거든 국민들에게 잘 꺼내놓고 설명하고 숙고할 시간을 주고 해야 한다. 내각제 요소가 강해지면 앞으로 정치는 대통령이 아닌 의회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도움이 될 부분이 있겠지만 그 전제는 선거제를 바꿔서 국회의 비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양당이 독점한 국회를 그냥 두고 내각제 요소만 더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권력기관의 힘도 더 빼야 한다. 그게 우선이라는 게 제 생각이다."
- 인사권 등 권한 쏠림은.
"인사권은 중요하다. 그런데 권한이 몰려 있고 행정기관들을 분권화하지 못한 게 문제다. 그 몰린 권한을 그대로 총리나 수상에게 줘도 문제는 그대로다. 대통령 인사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지게 된다. 각 기관에서 분권화돼 있도록 법률로 많은 제한을 하면 된다. 지금도 국회가 바꿀 수 있다. 누가 되든 논공행상을 해야 하니 안 했던 것 아닌가.
여성가족부를 예로 보자. 여성가족부 폐지는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안 했다. 그런데 행정부 조직, 즉 부처를 없앨지 말지는 국회가 법률로 정한다. 국회에서 정부 조직법을 안 바꿔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이게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다. 5공, 유신하고는 다르다. 국회가 자립성을 가졌다. 의회와 협치를 안 하면 여소야대에서는 오히려 식물 대통령이 된다. 협치를 하라는 게 헌법 정신이다. 이걸 왜 자꾸 바꾸나. 지키면서 고칠 점만 고쳐야지."
- 앞으로도 대통령이 계속 협치를 안 하면 어쩌나.
"현재가 완전무결하다고 보지 않는다. 정치 비효율 문제를 풀려면 권력기관 개혁, 선거개혁이 시급하다. 대통령 권한은 권력기관에서 나온다.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등이다. 소위 사정권, 형사사법권,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을 오남용해서 문제가 된다. 국회와 대화나 협치를 하지 않고 야당을 표적 수사하고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한 힘의 근원이 다 여기에서 나온다. 검찰 개혁, 경찰 개혁, 국정원 개혁, 감사원 개혁은 입법 사항이다.
또 선거제와 국회도 바꾸지 않으면 그 어떤 권력 구조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게 헌법학계나 정치학계 중론이다. 다수대표제, 승자독식, 양당제가 완화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 교섭단체가 딱 2개밖에 없지 않나. 거대 정당들만 입법권을 독과점한다. 이게 민주공화적이지 않다. 의회 권력도 분권화해야 한다. 그런 선거제도 개혁이 지금 이 거대 양당제하에서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법률만 고치면 할 수가 있는데도 기득권 때문에 안 한다. 평소에는 그걸 결사반대해 놓고 갑자기 개헌만 이야기한다."
- 꼭 개헌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들도 있다.
"물론 있다. 1순위가 사법부다. 독재를 견제할 중요한 장치가 사법부인데 그간 더 합리적으로 권력 통제기능을 잘했더라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대법원장이 너무 제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배심제, 참심제 등 국민참여 재판 등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대법원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사법 행정권을 분권화하도록 헌법적 개정을 해야 한다. 법률로 할 부분도 있다. 대법원장 인사권이 과도하고, 중앙선관위원장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법행정권을 민주화해야 한다.
또 민주공화제를 강화하고 분권적 체제로 가려면 감사원을 정부로부터 명실상부하게 독립시켜야 한다. 의회에 주거나 독립 기관으로 두는 두 방식이 있다. 어쨌거나 독립을 시켜 권력 통제 작용을 지금보다 잘해줘야 한다. 죽은 권력 때려잡고 산 권력에 편승하지 않도록 해야 독재를 막을 수 있다.
지방 분권도 강화해야 된다. 국회 양원제도 맞물려 고민해야 한다. 물론 양원제였다면 이번 같은 내란 사태의 경우에는 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어쨌거나 의회 권력을 양당이 독점하거나 영남당, 호남당만이 계속 나오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런 개혁 과제들이 종합적인 것이다. 천천히 성찰, 숙고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은 그런 천천한 숙의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또 국가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지 않나. (내란 수사 및 탄핵 정국 수습 등) 불확실성부터 온전히 집중해 해소해야 한다."
- 차근한 논의가 전제조건인가.
"내란 책임을 묻고 개헌론의 시간이 오면, 이번엔 국민 참여 개헌이 돼야 한다고 본다. 정치권보다 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개헌이어야만 그 의미가 산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은 신뢰할 수 없다. 스스로가 자격이 지금 결여돼 있다. 당장 해야 될 입법, 즉 선거제도 개혁, 권력기관 개혁도 못 해왔다. '정치권은 거기 집중하고 개헌은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주도하겠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와야 한다."
- 개헌절차법도 대안이 되나.
"우선 해야 될 게 개헌절차법이다.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국민 참여 부분들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탄핵 심판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무엇보다도 의제 설정부터 내용 결정까지 국민 주도 국민 참여 개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순차적 부분 개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개혁 과제는 굉장히 광범위하고 미시적이지 않다. 국회에 헌법위원회가 상설로 돌아가며 정치 개혁, 사법 개혁 이런 것들이 다 전방위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국민 주도형 개헌이 돼야 한다. 또 개헌에만 매몰되지 말고 입법 개혁, 문화 개혁들에 신경을 대폭 써야 한다."
-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시나.
"저는 국민 주도를 강조하지만 직접민주주의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면 누가 이를 가장 많이 이용하겠나. 명분도 필요하지만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평등법(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도 못 만들고 있지 않나. 만약 평등법에 찬성하는 의원이 나오면 기득권이 결사반대하며 이런 국민소환제를 활용하려 든다. 내전을 벌이게 되고 일상이 그런 일로 점철될 수 있다. 주로 누가 희생양이 되겠나. 약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항상 수단을 만들면 다수가 훨씬 많이 쓴다. 직접민주주의의 함정이다."
-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 개헌 로드맵이 나올 수 있을까.
"대선을 하게 된다면 그때 주요 쟁점 중의 하나가 개헌이어야 된다는 것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누가 그런 국가, 사회개혁 과제를 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만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개헌 문제가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제, 새로고침> 전문가 진단
‘대통령제 개선’은 학계에서도 바람직한 수단, 변화 폭, 속도를 두고 이견이 분분한 이슈다. 정치 개혁을 두고 이미 큰 공감대를 이룬 학자들조차 ▲대통령 권한을 얼마나 줄일지 ▲개헌으로 풀지 입법으로 풀지 ▲내각제 등 정부 형태와 성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숙의 속도나 방법은 무엇이 적절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평소 의견이 90% 일치하는 학자조차 서로 다른 10%가 여기서 갈린다”는 평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제, 새로고침’을 위한 난상의 시작을 위해, 역대 정부 및 국회 논의에 깊이 참여한 전문가의 진단을 차례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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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STOP 권력 쏠림
<중> 유불리 말고 민주주의
<하> 승자독식 넘어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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