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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소진할 새도 없었다"... 200m 상공 새떼 충돌→화염·유독가스→기어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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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료 소진할 새도 없었다"... 200m 상공 새떼 충돌→화염·유독가스→기어 고장

입력
2024.12.29 15:00
수정
2024.12.29 19:09
0 0

[긴박했던 사고 순간]
승객-지상 가족 카카오톡, 관제탑 교신 확인
2차 착륙 선회중 엔진 화염...유독 가스 발생
기내 유독가스 유입에 긴급 동체 착륙 시도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탑승객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새 떼 충돌로 착륙을 하지 못한다고 지인에게 전했다. 독자 제공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탑승객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새 떼 충돌로 착륙을 하지 못한다고 지인에게 전했다. 독자 제공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새떼와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연기와 유독가스가 기체 내부로 유입되자 급하게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 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분 지연된 8시 50분으로 도착 시간이 정정, 공지됐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며 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200m 상공에서 우측 날개와 엔진에 새떼가 부딪혔다.

여객기는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렸다. 착륙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 같은 내용을 기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 이어 기장은 2차 착륙을 시도하겠다고 관제탑과 교신한 뒤 공항 상공을 선회했지만 그사이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했다. 교신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충분한 활주로 길이에도 불구하고 기체 내부로 연기와 유독 가스가 들어오면서 연료 소진과 같은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비상착륙에 나섰다"며 "엔진 계통이 악화돼 전자 및 유압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랜딩 기어도 내려오지 않은 채 착륙한 것 같다"고 했다.

사고기 도착 예정시간. 전소된 사고기는 도착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한국공항공사 누리집 캡처

사고기 도착 예정시간. 전소된 사고기는 도착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한국공항공사 누리집 캡처


비상 상황에 관제탑은 전담 소방대를 활주로 인근에 대기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관계자는 "좀 더 일찍 랜딩 기어 고장을 알았다면 (기체에 남아 있는) 연료를 쓰게 하고, 활주로 바닥에 마찰계수를 높이고 화염을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을 도포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한시가 급했다"고 말했다.

2차 착륙 시도 당시 활주로 진입 및 랜딩 각도는 양호했고, 기장은 수동 조종으로 전환했다. 공항 관계자는 "활주로에 내린 뒤 감속을 날개(엔진) 역추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조향도 불가능해 활주로 끝자락 외벽과 충돌했다"고 했다.

착륙 직전 조류 충돌을 시사하는 사고기 탑승자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인됐다. 해당 메시지에 따르면 9시 정각 한 탑승자는 지인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무안= 박경우 기자
안경호 기자
정민승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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