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총리 탄핵 가결된 27일, 5조 원 RP 추가 매입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1년 새 184.5원 뛰어
정부 경제·금융 수장들이 최근 환율 상승 등 변동성이 커진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국내 정치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서 이날 회의는 이 총재가 주재했다. 기재부에서는 김범석 1차관이 참석했으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함께 했다.
이들은 앞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 "환율 상승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당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7.6원까지 치솟았었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참석자들은 각별한 주의·관리를 공언하면서도, 정치 상황 안정이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국정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도 환율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5.0원 오른 1,472.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상승한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연말 기준으로는 외환위기를 껶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말 주간거래 종가는 1년 전 1,288.0원보다 184.5원이 올랐다.
문제는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현실화되면 1,500원 돌파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는 '불확실성 해소'의 신호였던 반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은 시장에서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이해한 까닭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당국의 환율 방어 조치에 거는 기대는 남아 있다. 전체적 거래량이 회복되는 연초가 되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스와프 확대, 은행 선물환포지션 규제 완화 등 이미 시행된 정책 효과가 가시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F4회의를 통해서도 정부·한은은 추가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환율이 급등했던 27일에도 시장 안정을 위해 5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을 추가 매입했다. 비상계엄 공포 이튿날인 이달 4일부터 이날까지 RP매입을 통해 공급한 단기유동성 규모는 총 38조6,000억 원에 이른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