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대표작 '구의 증명'과 '급류'
청소년 독자 주목받으며 입소문 나
"소설 입문작으로 서로 '급류' 추천도"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과 정대건의 '급류'가 올해 한국문학 역주행 대표작으로 꼽혔다. 2015년과 2022년에 각각 세상에 나온 두 소설은 청소년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뒤늦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3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두 소설은 '독자들이 밀어 올린 입소문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다. '구의 증명'은 올해 한강의 작품을 제외하고 10대 이하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다. 이 작품의 역주행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2021년에 다시 주목받은 이후로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고등학생 김한나(18)씨는 “전자책으로 ‘구의 증명’을 읽었지만, 실물 책이 갖고 싶어서 사러 왔다”고 전했다.
'급류'도 10대와 20대가 주 독자층이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급류' 구매자 분포를 보면 20대(32.6%)에 이어 10대(19.1%)의 비율이 높다. 한국 서점가에서 책 판매량을 주로 30대가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민음사 측에서는 “‘급류’의 경우 30대의 구매율이 제일 낮았다”고 했다.
두 작품의 어떤 점이 청소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먼저 ‘구의 증명’은 같은 동네에서 자란 ‘구’와 ‘담’의 사랑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이어진 이들의 사랑은 ‘구’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고, ‘담’은 ‘구’의 시신을 곁에 두고 조금씩 먹는다. 외부의 폭력이 ‘구’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급류’는 넓은 강이 흐르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만난 고등학생 ‘도담’과 ‘해솔’이 모종의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가 재회하는 과정을 그렸다.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에 서로 엇나가기만 하다가도 두 사람은 결국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인 사랑에 다시금 빠진다.
역주행한 두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두 처절하고 지극한 사랑 이야기다. 최진영 작가는 올해 7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구의 증명’을 향한 청소년 독자의 남다른 관심을 두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랑 이야기가 젊은 독자의 요구와 맞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소설에서 청소년인 주인공이 사건을 겪으며 변화 혹은 성장해 나간다는 점도 동 세대의 독자를 끄는 요인이다. 정대건 작가 역시 한국일보에 “‘급류’ 이야기가 청소년기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성장 소설의 요소가 있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두 작품 모두 청소년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급류’를 읽은 중학생 강예진(14)씨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펴자마자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책 한 권 완독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고 독서 경험이 적은 청소년들이 소설 읽기의 입문으로 ‘급류’를 서로 권하는 것을 봤다”며 “단행본을 완독하는 경험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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