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가결 여파로 정국 수습을 논의할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했다. 12·3 불법 계엄 이후 잇단 탄핵에 따른 정국 불안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민생 경제는 신음에 신음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정치·경제·사회를 망라한 국정 혼란 극복을 위해 여야정이 지혜를 모으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참사 수습과 유가족 지원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참사 수습에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 지원을 포함한 사고 수습을 약속한 것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국가적 참사 앞에 여야는 정쟁을 잠시 중단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내란 및 김건희 여사 특검법(쌍특검법) 수정과 관련한 야당과의 협의를 시사했고, 민주당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면서도 쌍특검법 공포 시한을 설정하지 않으며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언급을 자제했다. 정국 불안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둔 태도 변화일 것이다. 3개월 연속 전산업생산이 감소했고 어제 발표 예정이었던 '2025년 경제정책방향'마저 여객기 참사 여파로 순연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 재의요구 여부를 두고 정쟁을 재개한다면 대외 신인도 하락 등 경제적 불확실성 증폭은 불가피하다.
대통령 탄핵이란 비상시국에 정부와 국회, 여야가 각자의 주장만 내세워선 국정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감당해야 할 최 권한대행의 과중한 부담은 물론이고 그 입지도 살얼음판 위에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야가 3인 4각 경주처럼 하나가 넘어지면 모두 넘어질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국정 운영에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타협의 정신도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가 현안 전반에 걸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국정협의체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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