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지역 해넘이, 해맞이, 타종식 등
개최 않거나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하기로
포항~삼척 동해중부선 개통식도 연기
물품 기부에 행사장 추모 공간 만들기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 지자체들이 일찌감치 확정한 연말연시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화려한 행사 대신 행사 물품 기부나 행사장을 추모 공간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 등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다.
30일 참사 현장이 있는 전남도와 광주시는 예정된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는 31일 제야의 종 타종식과 내년 1월 1일 무등산 해돋이 행사를 취소했고, 각 자치구들도 시무식과 해돋이 행사를 하지 않고 희생자 애도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남 5개 시군도 해넘이 행사 7개 등을 전면 취소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월 4일까지 사고 희생자 애도 기간을 운영, 전남 전 지역에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 모두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31일 오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여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공연과 조명, 음향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자치구별 일출 명소에서 개최 예정인 해맞이 행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건하게 진행하도록 자치구에 안내하고 있다. 부산과 인천, 경남 등에서도 타종식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지역별로 유명한 해넘이, 해맞이 행사들도 열리지 않는다. 국내 대표 해넘이 행사로 31일 오후 11시부터 2시간 동안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기로 한 '2025 카운트다운'도 취소됐다. 해운대구는 당초 1,000대의 드론을 띄우는 국내 첫 '불꽃 드론쇼'와 다양한 음악공연을 준비했다. 같은 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예정된 2,025대의 드론을 동원한 '광안리M드론 라이트쇼 카운트다운 특별공연'도 취소됐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 해맞이 행사 역시 취소됐다. 강원도에서는 경포해수욕장과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서 개최하려던 새해맞이 불꽃놀이의 취소는 물론 31일 오후 예정된 경북 포항~강원 삼척 동해중부선 철도 개통식까지 연기됐다.
행사를 취소하면서 의미 있는 기부와 추모 물결도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와 충북도는 행사 물품을 기부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1월 1일 세종호수공원과 8개 읍면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행사를 위해 마련한 떡국과 김치 등은 경로당 등 지역 복지시설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도는 31일 오후 11시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하려던 '새해맞이 희망축제'를 취소하면서 행사를 위해 준비한 핫팩 1,500개는 취약계층에 기부한다는 방침이다. 새해 첫날 동촌유원지 해맞이공원에서 2,000여 명 규모로 예정됐던 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대구 동구는 떡국과 차 등 시민봉사단과 새마을협의회 차원의 나눔 행사는 자체 진행할 예정이다.
해맞이나 해넘이 장소가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변하기도 했다. 부산시설공단은 광안대교의 경관조명을 카운트다운 행사 대신 1월 4일까지 추모 문구를 표시하는 데 이용한다. 울산 중구 관계자는 "병영성 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행사장에 10m 길이 추모의 벽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31일부터 1일 오전까지 포항 호미곶에서 열기로 한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 공식 행사를 모두 취소하지만 대형 천막과 에어돔 등 관광객 편의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호미곶 해맞이공원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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