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LCC 불신 확산
제주항공 취소만 하루 만에 6.8만 건 넘어
단체 여행상품 "LCC면 안 가" 취소 이어져
LCC들 사고 기종 긴급 점검 "포비아 막자"
새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2, 3월 중에 홍콩 여행을 계획하던 석영주(37)씨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는 비행 편 리스트에서 지웠다. 그는 3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홍콩을 오가는 데는 국내 LCC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도 제주항공 참사를 보고 나니 손이 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안전하게 오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국내 LCC 타는 걸 피하고 대형 항공사 비행 편을 알아보는 중이다.
제주항공, 참사 하루 만에 취소 6만8000건 몰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LCC 포비아(공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고 여객기의 랜딩기어 미작동 논란이 일면서 기체 결함이나 LCC의 정비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여객기가 수익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비행 스케줄을 짜기 위해 최소한의 정비만 한 점이 드러나 LCC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운 측면도 있다.
이런 탓에 참사가 일어난 제주항공은 무더기로 예약이 취소됐다. 참사 발생 하루 만에 제주항공 항공권 취소 건수는 약 6만8,000에 달했다. 국제선 예약 취소는 3만4,000여 건이었고 국내선은 3만3,000여 건이었다. 예약 취소 대부분은 참사 당일(29일) 오전에 시작했다. 이날 이어지는 취소까지 고려하면 7만 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아무래도 상황이 있다 보니 취소량은 평소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취소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비행편 LCC면 안 가"...여행상품도 줄취소
사고가 난 여객기가 중소 여행사들이 기획한 크리스마스 패키지 상품 전세기로 알려진 가운데 패키지 여행 상품 취소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20명, 30명 단위로 모이면 가격이 싸지는 여행 상품의 경우에 비행편이 LCC라는 이유로 기존 예약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2월에 하노이로 떠나기로 했던 장모(33)씨는 "20명이 모여야 하는 여행상품이었는데 16명이 예약을 취소해 기존에 안내했던 가격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며 "LCC를 타고 가려 했는데 제주항공 참사로 다들 꺼리는 분위기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LCC들 사고 기종 안전 점검 지시..."포비아 확산 막아야"
제주항공을 비롯한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 등 LCC들은 포비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안전 점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 LCC는 각자의 정비 조직에 참사 직후 사고 기종(B737-800)을 중심으로 사전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작은 문제라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고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B737-800'은 총 101대인데 이 중 99대를 LCC가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39대)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어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19대), 이스타항공(10대), 에어인천(4대), 대한항공(2대) 순이었다. 한 LCC 소속 정비사는 "참사 이후에 운행 중인 기체를 모두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정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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