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美 FBI 요원 등에 신병 넘겨"
체포 1년 9개월 만에 '미국행' 현실화
몬테네그로에 수감 중이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오랜 법정 싸움 끝에 결국 미국으로 넘겨졌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씨는 미국보다 경제 범죄 처벌이 훨씬 약한 한국에 인도되기를 희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3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베다에 따르면 현지 경찰청은 이날 "포드리고차 국제공항에서 권씨의 신병을 미국 사법당국 관계자와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지 1년 9개월 만에 권씨의 '미국행'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날 권씨는 수갑을 차고 눈이 가려진 채 경찰에 붙들려 호송됐다. 권씨가 탄 비행기는 낮 12시쯤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을 이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항기가 아니라는 사실 외에 미국 도착 시기와 장소 등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써 권씨는 향후 미국 법률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은 권씨에게 증권사기 및 상품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사기 음모, 시장 조작 음모 등 8개에 달하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징역 40년 남짓인 반면, 미국은 권씨에게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년 9개월간의 끈질긴 법정 다툼에서 권씨가 패배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체포 직후 한국과 미국 정부 양측에서 신병 인도를 요청했고 권씨는 미국 인도를 피하기 위해 갖은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왔다. 이에 몬테네그로 고등·항소법원은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지만, 지난 9월 대법원이 범죄인 인도 허가 권한을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에게 위임하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권씨가 대법원 결정에 맞서 제기한 헌법 소원은 기각됐고, 지난 27일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는 결정문에 서명했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숨긴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 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해외 도피 행각을 벌이던 중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쓰려다 붙잡혔다. 이 혐의로 우선 징역 4개월 형을 산 뒤, 권씨는 지난 3월부터 몬테네그로 외국인수용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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