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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 활개 치는 사회 막는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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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 활개 치는 사회 막는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출범

입력
2025.01.0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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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국공공역사협회 창립
초대 회장 허영란 울산대 교수 인터뷰

허영란 울산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공공역사협회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제공·이호승 작가

허영란 울산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공공역사협회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제공·이호승 작가

"역사가 갈등의 매개가 되고, 정치적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게 너무 빈번합니다. 한국공공역사협회가 한국 사회에서 역사를 공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준이나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플랫폼으로써 공공적 역할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때입니다."

지난달 30일 창립한 한국공공역사협회 초대 회장인 허영란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취임 일성이다. 허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2·3 불법계엄 사태라는) 엄청난 역사적 시간을 통과하게 되니까 협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좀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공공역사협회는 국내 최초로 '공공역사(Public History)'를 이름에 내세운 단체다. 2023년 10월 당초 학회 설립을 계획하다 협회로 방향타를 돌렸다. "역사 쓰기와 해석은 더 이상 역사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협회 창립준비위원 10명에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역사학자 7명뿐 아니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독립 아키비스트&큐레이터, 중학교 교사도 포함돼 있다.

공공역사는 1975년 미국에서 '교실 밖에서 실천되는 역사'라는 의미로 처음 고안된 개념이다.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공역사가 역사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데 비해 한국에선 제대로 논의가 된 적이 없다. 허 교수는 "한국 사회에도 공공역사라고 부르는 현상은 이미 와 있었다"며 "다만 지금 우리가 그것을 공공역사로 호명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공공역사는 박물관·기념관의 전시나 소설·영화·드라마·웹툰 등 각종 미디어, 지역사회의 여러 문화 기획 등까지 공공 영역에서 일어나는 역사의 다양한 실천 형태를 모두 아우른다.

허영란 울산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공공역사협회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제공·이호승 작가

허영란 울산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공공역사협회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제공·이호승 작가

역사적 지식은 사회적 담론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활용돼야 한다는 게 공공역사학적 관점이다. 유사역사학이나 잘못된 역사 인식을 퍼뜨리는 극우 유튜버들이 활개 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공공역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허 교수는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은 역사의 진실을 학문적으로 밝히는 것만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것만 잘하면 된다고 하기에는 여러 환경이 이미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사이 "역사적 해석은 정치 투쟁의 장"이 됐고 이분법적 대립만 남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뉴라이트가 너무 세니까 민족주의가 다시 세졌듯이 역사적 해석을 정치권력을 장악한 측에서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게 되면 오히려 양극단의 목소리만 커진다"며 "역사학계에서 지난 20, 30년간 일국적 역사학을 넘어 다양한 연구와 가능성을 모색해왔는데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 토론과 합의, 공존을 위한 그런 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게 공공역사의 역할일 것"이라며 "협회는 공공역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발견하고, 취지에 맞게 사회를 좀 더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연결 짓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도구가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역사를 제자리로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공공역사 관점에서 올바른 무엇을 만들어 보급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자칫 계몽적 태도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국공공역사협회 초대 회장인 허영란 울산대 교수. 허영란 교수 제공

한국공공역사협회 초대 회장인 허영란 울산대 교수. 허영란 교수 제공

근현대사를 전공하고 2008년 울산대로 부임한 허 교수는 "역사학자이면서 절반은 공공역사가로 살아간다"고 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함께 새울 3·4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따라 사라지는 울주군 서생면 신리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역사학자로서 논문을 쓰는 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엄연히 공공역사가로서의 지역사회 활동의 일부다.

"공공역사는 결국 시민들과 만나야 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환영받는 공공역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해야 합니다. 우리의 길은 민주주의와 사회적 공감을 위한 실천이며, 이는 반드시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질 것입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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