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 희망과 안녕을 기원하며 한 해의 계획을 세울 때지만 정국은 더욱 혼란스럽다. 계엄과 탄핵 사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물들였다. 이때 위로라도 하듯,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내려와 어지러운 세상을 뒤덮었다. 조금씩 흩날리던 '눈송이'는 시간이 흐르자 탐스러운 '눈꽃'으로 변모하여 세상을 하얀 백지로 만들었다. 겨울 한파 속에 얼어붙었던 감나무의 붉은 홍시마저, 솜털 같은 '눈이불'에 덮여 잠시나마 포근한 휴식을 누렸다
눈을 처음 본 강아지처럼 창밖 설경에 홀려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눈이 제법 내리자 익숙한 풍경은 사라지고 설국이 펼쳐졌다. 소복하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점점 굵어지는 '눈세례'를 맞으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현실 속 또 다른 세상,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나무들은 흰 옷을 입고 서로 속삭이는 듯했다. 오랜만에 도심에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세상의 소리가 멈추자 온몸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백지 같은 눈 위에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첫 발자국을 남기듯 조심스럽게 혼란한 세상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를…. 지난해는 아쉬움과 후회가 눈처럼 겹겹이 쌓였지만, 새해엔 '한 겹 한 겹' 걷어내고 새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눈이 세상을 정화하듯 새롭게 정리하고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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