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일부, '계엄' 소리에 몸 굳었다 말해"
외교장관·경제부총리만 명시적 반대
조태열 "국정안정이 우선…내 심정 아무도 몰라"
12·3 불법계엄 사태 직전 열린 국무회의 당시 다수의 국무위원이 사실상 '얼어붙어' 윤석열 대통령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다수의 전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계엄군이 자신들까지 포위할 것을 우려해 장관들이 적극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국무위원들…"반대 위원, 군이 통제하는 것 아니냐"
2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국무위원들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17분경 열린 국무회의 후 "군이 자택을 장악하면 어떡하냐"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이라는 소리에 "몸이 얼어붙었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를 요식행위로 끝낸 윤 대통령은 바로 계엄을 선포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린 각 부처의 간부회의에서 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했냐는 항의가 나오자 일부 국무위원들이 이같이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1980년 5월 17일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 "(신군부가) 대통령, 국무위원들에 대해 강압을 가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소집한 회의에서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나 우려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대통령 앞에서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손을 든 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두 명이었다.
특히 조 장관은 계엄 선포를 하러 브리핑룸으로 이동하는 윤 대통령을 끝까지 따라가 "계엄은 절대 안 된다"고 만류했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시 쪽지를 받았지만 회의실에 그대로 둔 채 나왔다고 답했다. 2017년 기무사 계엄 문건대로라면 조 장관은 주한공관과 재외공관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자료를 배포했어야 하지만, 계엄 선포 직후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이에 대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조태열 "국정 하루빨리 안정화 돼야…지금 심정 아무도 몰라"
조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발표할 때도 그에게 힘을 실어준 몇 안 되는 국무위원이었다. 반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은 최 대행의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조 장관은 2일 청사 출근길에 심경을 묻자 "국정이 하루빨리 안정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 내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만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부 시무식에서도 계엄 사태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 생생히 경험했듯 위기의 순간은 언제라도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며 주인의식과 무거운 책임감을 당부했다. 이어 "조그마한 실수나 소홀함이 빚은 외교적 공백이 얼마나 큰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도 깊이 성찰하며 매사 진중함을 잃지 말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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