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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연승 매직’ 한계는…새해 국내외 바둑계 ‘관전포인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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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연승 매직’ 한계는…새해 국내외 바둑계 ‘관전포인트 5’

입력
2025.01.02 11:12
수정
2025.01.03 13:56
21면
0 0

신 9단, 對일본 42전 전승…농심배 16연승
K바둑 랭킹 1·2·3위, 올해 세계기전 결승 진출
日, 지난해 남녀 세계기전 우승…판도 변화 예고
한·중·일 여자 바둑계, 각국 차세대 주자 급부상
국내 KB바둑리그, ‘초속기’ 전격 도입 반응 주목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 새해에도 세계 바둑계는 어느 해보다 숨가쁘게 돌아갈 조짐이다. 당장, 20년 가까이 2강(한·중) 1약(일)으로 굳어졌던 글로벌 반상(盤上) 생태계엔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일본발(發) 파장이 점쳐진 데다, 사실상 세대교체 흐름 속으로 들어선 세계 여자바둑계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K현대바둑 80주년인 새해는 연초부터 간판스타들의 굵직한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전이 예고되면서 긍정적인 기운도 감돌고 있다. 올해 국내외 바둑계에서 주목할 만한 5가지 관전포인트를 살펴봤다.

’저승사자’ 신진서 9단, 무시무시한 연승 행진…언제까지

지난해 2월 열렸던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 시상식에서 신진서(맨 왼쪽에서 세 번째) 9단이 홍민표(두 번째)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양재호(첫 번째) 한국기원 사무총장, 안명식 농심 법인장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 9단은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열렸던 ‘제25회 농심배’에서 막판 수호신으로 등판, 기적의 6연승과 더불어 한국팀에 우승컵까지 안겼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2월 열렸던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 시상식에서 신진서(맨 왼쪽에서 세 번째) 9단이 홍민표(두 번째)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양재호(첫 번째) 한국기원 사무총장, 안명식 농심 법인장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 9단은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열렸던 ‘제25회 농심배’에서 막판 수호신으로 등판, 기적의 6연승과 더불어 한국팀에 우승컵까지 안겼다. 한국기원 제공

2025년에도 세계 바둑계 스포트라이트는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25) 9단에게 쏠린다. 자타공인 현재 글로벌 반상권력인 신 9단은 우선 국내 월간(1월 기준) 바둑 랭킹에서 1위 수성이 유력, 최장 기간인 61개월 연속 지존의 자리에 오를 게 확실시된다. 국내에선 5년 이상, 절대권력만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 전성기에 들어선 신 9단의 컨디션과 2위와 랭킹 점수 격차 등을 고려할 경우, ‘1인 천하’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 9단의 위세는 해외에서도 치솟고 있다. 무엇보다 ‘저승사자’ 수준의 연승 행진을 이어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일본 기사들에겐 단 1차례의 패배도 불허한 신 9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12년 동안 사무라이와 벌인 대국에서 42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신 9단이 일본을 상대로선 ‘무결점 킬러’로 새겨진 이유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 중심의 중국바둑갑조리그 성적 또한 탁월하다. 신 9단의 기세를 감안하면 이 리그에서만 2023년부터 현재 진행 중인 16연승 역시 꼬리를 물고 늘어날 공산이 크다.

신 9단의 진가는 한·중·일 연간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신 9단은 최근 4년 동안, 이 대회에서 16전 전승으로 한국팀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신 9단은 일본(1명) 및 중국(5명)의 초일류급 선수들에게 기적의 6연승을 거두면서 한국팀의 대역전 우승까지 확정, ‘신상하이 대첩’도 완성했다. 신 9단은 다음 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제26회 신라면배’에 출격, 새해에도 연승을 이어갈 태세다.

K바둑 ‘원투스리 펀치’,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 안착…우승컵 사냥 ‘ON’

변상일(왼쪽) 9단은 동갑내기인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 9단과 ‘제29회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결승에 진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이달 20~23일 3번기(3전2선승제)로 벌어질 이번 LG배에서 변 9단은 우승과 더불어 상대전적 6전 전패로 형성된 천적 관계를 청산하겠단 각오다. 한국기원 제공

변상일(왼쪽) 9단은 동갑내기인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 9단과 ‘제29회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결승에 진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이달 20~23일 3번기(3전2선승제)로 벌어질 이번 LG배에서 변 9단은 우승과 더불어 상대전적 6전 전패로 형성된 천적 관계를 청산하겠단 각오다. 한국기원 제공

K바둑계에 2025년은 절호의 기회다. 국내 랭킹 1, 2, 3위(지난해 12월 기준)인 ‘원투스리’ 펀치가 이례적으로 모두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에 오른 상태여서다. 1위인 신 9단을 포함해 2위인 박정환(32) 9단과 3위인 변상일(28) 9단이 모두 우승할 경우, K바둑계의 안정적인 세계 반상 권력 접수도 가능해진다.

이 중 변상일 9단은 동갑내기인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 9단과 ‘제29회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타이틀을 놓고 이달 20~23일 3번기(3전2선승제)에 나선다. 상대전적에서 6전 전패인 변 9단은 2년 전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우승상금 1억8,000만 원) 우승 이후 올라탄 상승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커제 9단은 4년 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 우승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신 9단은 다음 달 26일부터 3번기로 열릴 ‘제1회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25만 싱가포르달러, 약 2억5,500만 원)에서 중국 바둑의 차세대 주자인 왕싱하오(21) 9단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신 9단이 우세하다. 상대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선 신 9단은 지금까지 7개의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컵을 적립했다. 반면 왕싱하오 9단의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9단도 올해 열릴 ‘제15회 춘란배’ 결승(시점 미정)에 진출했다. 4년 만에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에 진출한 박 9단은 중국의 앙카이원(28) 9단을 상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5개의 메이저 기전 타이틀을 확보한 박 9단은 앙카이원 9단과 상대전적에서 1전 1승으로 앞서 있다.

날 선 日 사무라이 바둑, 새해 돌풍 이어질까

일본 랭킹 1위인 이치리키 료 9단이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결승전(5번기, 5판3선승제)에서 우승, 19년 만에 자국에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컵을 선물했다. 한국기원 제공

일본 랭킹 1위인 이치리키 료 9단이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결승전(5번기, 5판3선승제)에서 우승, 19년 만에 자국에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컵을 선물했다. 한국기원 제공

새해 반상 무대에선 ‘날 선 사무라이’ 바둑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한때 세계 바둑계 중심에 섰던 일본 바둑은 글로벌 트렌드였던 ‘속기’ 대신 ‘장고’ 대국 방식만 고수했던 데다, 세대교체에도 실패하면서 몰락했다. 그랬던 일본 바둑은 인공지능(AI) 활용도를 높이면서 부활을 알렸다. 특히 이치리키 료(28) 9단은 지난해 ‘바둑 올림픽’으로 알려진 4년 주기의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에서 깜짝 우승, 사무라이 바둑의 화려한 귀환을 전했다. 이치리키 료 9단의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은 지난 2005년 당시 25세였던 장쉬(45) 9단의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타이틀 획득 이후, 일본에서 19년 만에 달성한 쾌거였다.

일본 여자 바둑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세계기전인 ‘제10회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대회’(우승상금 30만 위안·약 5,700만 원)에서 한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최정(29) 9단을 누르고 준우승을 차지했던 우에노 아사미(24) 5단은 ‘제7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오픈전’(우승상금 50만 위안·약 9,600만 원)에서 우승컵을 수확, 일본 여자 기사로선 처음으로 오청원배 타이틀도 획득했다. 이치리키 료 9단과 우에노 5단의 세계대회 남녀 동반 우승은 일본기원 창립 100주년인 지난해 달성했단 측면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초일류 기사인 박정환 9단도 최근 ‘춘란배’ 4강전에서 일본 내 3인자인 시바노 도라마루(28) 9단에게 겨우 이겼다”라며 “새해 일본 바둑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세대교체 바람 거센 세계 여자바둑계에도 이목 쏠려

세계 여자 바둑계 3각 축인 한·중·일 내에선 새해부터 강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관측된다. 맨 왼쪽부터 한·중·일 각국에서 차세대 주자로 낙점된 김은지 9단, 저우훙위 7단, 우에노 아사미 5단. 한국기원 제공

세계 여자 바둑계 3각 축인 한·중·일 내에선 새해부터 강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관측된다. 맨 왼쪽부터 한·중·일 각국에서 차세대 주자로 낙점된 김은지 9단, 저우훙위 7단, 우에노 아사미 5단. 한국기원 제공

새해 세계 여자바둑계의 세대교체 바람은 한층 더 거세질 분위기다. 그동안 한·중·일 여자바둑계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던 최정(29) 9단과 위즈잉(28) 8단, 후지사와 리나(27) 7단 등이 세월의 흐름 속에 내리막길로 들어서면서 각국의 차세대 주자들에게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선 김은지(18) 9단의 약진세가 뚜렷하다. 지난해엔 내심 기대했던 ‘제7회 오청원배’ 4강전에서 중국 복병인 탕자원(21) 6단에게 분패하면서 세계기전 첫 우승컵 수확을 미뤘지만 내적인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실제 지난해 말 열렸던 ‘2024 바둑대상’에서 경쟁력의 바로미터인 다승(81승 27패)과 승률(75%), 연승(13승) 부문상을 싹쓸이, 3관왕에 올랐다.

중국에선 저우훙위(23) 7단이 위즈잉 8단을 밀어내고 자국 내 여자 랭킹 1위 자리를 사실상 꿰찬 기류다. 5년 전부터 위즈잉 8단을 ‘제3회 오청원배’ 결승에서 꺾고 우승, 중국 여자 바둑의 미래로 점찍혔던 저우훙위 7단은 지난해엔 ‘제10회 황룡사배’에서 또다시 트로피를 수집했다. 황룡사배에선 특히 이 대회 직전까지 4전 전패를 당했던 최정 9단에게 승리하고 우승의 발판도 마련했다.

일본의 우에노 5단은 이미 전도유망한 ‘블루칩’이다. 2년 전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우승상금 8,900만 원) 타이틀 획득과 함께 일본 여자 프로기사로선 최초의 국제기전 우승자로 기록된 우에노 5단은 지난해엔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약 3억4,000만 원)에서 중국의 강타인 셰얼하오(27) 9단 등을 꺾고 16강까지 진출했다.

전 경기 ’초속기 1분 10초 대국’ 파격…‘KB리그’ 흥행 평가는

국내 최대 프로기전인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우승상금 2억5,000만 원)가 ‘전 경기 초속기 1분 10초 대국’ 등을 비롯한 파격적인 경기 방식 도입으로 바둑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렸던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오프닝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국내 최대 프로기전인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우승상금 2억5,000만 원)가 ‘전 경기 초속기 1분 10초 대국’ 등을 비롯한 파격적인 경기 방식 도입으로 바둑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렸던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오프닝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국내에선 최대 프로기전인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우승상금 2억5,000만 원) 흥행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 경기 초속기 1분 10초 대국’ 등을 비롯한 파격적인 경기 방식과 연관되면서다. 시간누적(피셔) 방식의 장고(기본 40분, 추가 20초)와 속기(10분, 20초), 초속기(1분, 20초)로 이어갔던 직전 대회와 달리 이번 시즌엔 모든 대국을 초속기(1분, 10초)로 통일했다.

또한 직전 시즌 정규리그(5판 3선승제)에선 매판 결과와 무관하게 5대국을 모두 치렀던 반면 이번 시즌에선 모든 경기를 1대국씩 진행, 해당 결과가 나온 이후 다음 맞대결(순차대국)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직전 시즌에선 외국 용병 영입에 실패해도 국내 선수로 대체 가능했지만 이번 시즌에선 불허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적응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진 예단하긴 이르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KB리그 3라운드를 마친 현재 바둑TV 시청률은 0.105%로 집계, 전년동기(0.10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번 KB리그 참가팀 관계자는 “초속기로 진행되는 탓에 팀순위나 개인 다승 기록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실전 대국 선수들의 (중계 화면 속) 실시간 심장 박동수 표시도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라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이번 KB리그 최종 평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당시 6개 팀으로 출범한 한국드림리그에 이어 이듬해 한국바둑리그를 거쳐 2006년부터 매년 7~12개 팀이 참가, 평균 5~6개월 동안 운영 중인 KB리그는 국내 바둑계의 산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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