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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파도 전복 선박, 세월호처럼 '화물' 갑판에 안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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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파도 전복 선박, 세월호처럼 '화물' 갑판에 안 묶었다

입력
2025.01.03 15:30
수정
2025.01.03 16:3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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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고박 전혀 안 하고 출항했다"
"출발 때부터 선체 약간 기운 채 출발"
해경, 화물 고박 여부 조사 방침

태안 해경이 3일 충남 서산시 고파도 인근에서 전복된 83톤급 차도선 서해호를 수색하고 있다. 태안해경 제공

태안 해경이 3일 충남 서산시 고파도 인근에서 전복된 83톤급 차도선 서해호를 수색하고 있다. 태안해경 제공

충남 서산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 중장비를 싣고 가다 전복된 서해호가 화물을 선체에 고정(고박)하지 않은 채 운항했다는 생존자 진술이 나왔다. 고박 불량 등으로 균형을 잃고 침몰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2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선박 관리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83톤급 서해호는 지난달 30일 당시 24톤 덤프트럭 1대와 11톤 카고 크레인 1대 등을 싣고 서산 우도항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남쪽으로 15㎞가량 떨어진 서산 구도항이었다.
생존자 김모(53)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배에 실은 차량은 트럭과 크레인뿐이었고, 두 대 모두 출항 때부터 고박 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선체가 좀 기울어 있었고, 고파도 근처를 지날 때 갑자기 배가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고파도는 대우도항에서 남쪽으로 2㎞가량 떨어져 있다.
차량 등을 싣는 차도선인 서해호는 중장비를 4대까지 싣고 운항하던 중급 선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에 따르면 서해호는 결박 장치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사실 고박 장치도 안 보였다”며 “당시 선장 지시에 배에 올랐고 선원, 탑승객 그 누구의 입에서도 고박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굴착기 기사인 김씨는 퇴근길에 서해호를 이용했고, 전복 당시 바다로 뛰어든 뒤 다른 승객 1명과 함께 전복된 서해호 위에서 구조됐다.
화물을 선체와 고정하지 않고 운항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지침과 한국 선박안전법에서는 화물 해상 운송 시 견고한 고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로프, 체인, 스트랩 등 고정 장치는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항해 중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선박 복원력과 전복 위험을 고려해 적재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 해경 등 관련 기관이 불시 단속을 벌여왔지만, 서해호는 이를 피해 간 셈이다. 세월호는 화물을 과하게 실은 데다 적재된 화물을 적절하게 고정하지 않은 채 출항했고, 배가 갑자기 크게 회전하면서 선체 내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며 복원력을 상실, 침몰로 이어졌다.
해경은 김씨 등의 진술을 근거로 서해호가 고박 지침을 어긴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CC)TV, 차량블랙박스 등을 확보, 해당 사실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영수 태안해경 형사계장은 "서해호 인양 작업이 완료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와 한국해양안전연구센터 등에 사고 원인 규명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해호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26분쯤 중장비 기계를 싣고 대우도항을 출발해 구도항으로 가던 중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됐다. 사고 후 2명이 구조되고 5명이 실종됐다. 이후 실종자 중 4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은 수색 중이다. 전날엔 가라앉은 덤프트럭이 발견됐다. 해경은 나머지 실종자가 트럭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트럭이 갯벌에 묻혀 있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산=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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