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직원·55경비단 200여명 동원해 막아
경찰, 경호처장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입건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200여 명의 '인간띠'와 가로로 세워진 버스 차벽 등 3단계에 걸친 저지선에 가로막혀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오전 6시 15분쯤 경기 과천의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청사를 출발해 오전 7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공조본은 1차(관저 정문)와 2차(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저지선을 뚫고 관저 건물 앞까지 무사히 가는 듯 했지만, 결국 5시간 30분 만에 철수했다.
공수처 관계자에 따르면 관저 내부에선 3단계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고 한다.
1차 저지선은 도로에 가로로 주차된 버스였다. 버스 인근에는 경호처 직원 50여 명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으로 추정되는 군부대 인력 30∼40명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던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우리는 경호법에 따라 경호만 할 뿐이고 영장은 우리가 판단하기 어려우니 변호사와 상의하라"며 집행을 막았다는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은 1차 저지선을 뚫고 100∼150m가량 언덕을 더 올라갔지만 다시 한 번 버스로 만든 차벽과 경호처 직원들에 가로막혔다. 2차 저지선이었다. 공조본은 옆쪽 산길로 80∼150m를 더 올랐는데, 버스와 승용차가 뒤얽힌 3차 저지선이 나타났다. 아래에서 1·2차 저지선을 구성했던 경호·군 인력 등도 언덕을 올라와 3차 저지선을 구축한 채 팔짱을 끼고 인간띠를 만드는 등 '인간 벽'을 세웠다. 관저 건물로부터 약 200m 떨어진 좁은 통로에서 경호처·군 인력과 공수처·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경찰과 대통령경호처·군인 사이에 크고 작은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 끝에 공수처 검사 3명이 3차 저지선을 지나 관저 문 앞까지 이동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만나기는 했다. 공수처와 경찰들이 저지선들에 막혀 관저 접근을 못하고 있는 사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정오쯤 관저 경내에 들어와 문 앞까지 도착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체포·수색영장을 집행하자 변호인단은 "수사권 없는 기관이 청구한 영장"이라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수처는 오후 1시 30분쯤 윤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한 채 집행을 중지하고 발길을 돌렸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 및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 경찰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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