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른 기부에도 전년 동기比 7도↓
목표액 낮춘 울산 59도 등 지역 모금 저조
불경기에 비상계엄 등 혼란한 정국 영향
배분 사업 차질 우려에 '허리띠 졸라매기'
연말연시 나눔 문화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이 좀처럼 끓어오르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불법계엄 사태가 부른 혼란한 정국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도 움츠러들었다.
5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희망 2025나눔캠페인' 모금액은 3,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목표 모금액 4,497억 원의 1%를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오르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85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도 낮다. 모금 금액으로 따지면 176억 원이 줄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일찍 기부에 나선 덕분에 85도를 달성하긴 했지만, 소상공인이나 개인 기부가 주를 이루는 지역 모금회는 목표의 60도 안팎 수준"이라며 "시국이 어수선하다보니 취약계층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모금 실적이 나아진 곳은 부산과 대구, 전북 3곳뿐이다. 아직 50%대에 머물러 있는 지역도 서울, 경기, 강원 등 7곳이나 된다. 울산만 해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목표액을 전년 대비 1억 원 낮춘 71억 원으로 잡았지만 지난달 31일까지 모인 금액은 42억 원으로 나눔 온도 59.3도에 그쳤다. 지속된 불경기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이 겹치면서 기부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 모금회 관계자는 "매년 10명씩은 나왔던 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신규 회원도 2024년에는 7명으로 줄었다"면서 "최근 2년간 이맘때 기부한 기부자들에게 독려 전화도 하고, 지자체에도 혹시 읍면동에 기부하고 가는 분들이 있으면 연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1998년 나눔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기부 비리가 불거진 2011년을 빼고 사랑의 온도탑은 매년 100도를 넘었다. 연말연시 두 달간 진행되는 나눔캠페인을 통한 모금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간 모금액의 절반에 달한다. 지역에서 모은 금액은 해당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쓰인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하지 못한 지역은 취약계층 지원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나눔 온도 56.7도로 꼴찌 수준을 기록한 대전 모금회 관계자는 "모금액이 전년 대비 개인은 90%, 법인은 65% 수준에 머물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모금액을 설정하며 세워둔 배분계획 실행이 어렵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전년 동기 대비 모금액 10억 원이 감소한 경남도도 일찍부터 각종 사업 조정을 검토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남 모금회 관계자는 "사업의 경중을 따져서 상대적으로 덜 긴급한 부분부터 줄이고 있다"면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동일한 사업을 하더라도 금액을 줄이거나 선정 대상을 줄이는 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취약계층에게는 연탄 10장만 덜 줘도 타격이 커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나눔캠페인 종료(오는 31일) 직전에 설 연휴가 있어 사실상 남은 모금 기간은 3주 정도다. 캠페인 기간 동안 ARS전화(060-700-1212·한 통화 3,000원)와 문자메시지(#9004·한 통 2,000원), 사랑의열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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