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재벌 트럼프 기부 행렬 비판 만평
퓰리처상 수상 만평가 "WP 떠나기로 결정"
WP "비슷한 내용 칼럼 있어 게재 막은 것"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사주 제프 베이조스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돈을 바치는 것으로 묘사한 만평의 게재를 거부해 파장이 일고 있다. WP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도 사주 지시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역풍에 휩싸인 적이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작가 "내용 이유로 만평 폐기는 처음"
WP 만평 작가 앤 텔네이스는 4일(현지시간) 공개한 '내가 WP를 그만두는 이유'라는 글에서 "편집부가 만평을 폐기했다"며 한 장의 스케치를 공개했다. 이 만평에서는 WP 소유주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빅테크 업계 거물과 언론사 사주 등이 트럼프 당선자 앞에 무릎을 꿇으며 돈을 바치는 모습이 묘사됐다.
이 글에서 텔네이스는 "지금껏 펜을 겨눈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만평이 '킬'(게재 거부)당한 경우는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이번 상황은) 자유 언론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편집자들이 권력자를 견제하는 중요한 일을 처음으로 막아섰고, 나는 WP에서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텔네이스는 2001년 그림 보도 및 논평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다.
미국 기업들은 2021년 '1·6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에게 정치 자금을 기부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 백악관 재입성이 확정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베이조스 등 빅테크 기업가들은 트럼프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앞다퉈 트럼프 당선자 자택이자 인수위원회가 위치한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리조트를 방문하며 개인 친분을 쌓으려 시도하고 있다.
WP "편집 과정 악의적 압력 없었다"
WP는 텔네이스의 주장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WP는 성명에서 "편집자들의 (만평 게재 여부) 결정이 악의적인 외부 세력에 의해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만평과 비슷한 내용의 칼럼이 이미 게재됐고, 풍자를 담은 칼럼 또한 추가로 실릴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WP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미국 만평가협회(AAEC)는 4일 성명을 내고 "WP가 움츠러든 모습을 보일수록 과거 권력과 맞서면서 얻은 명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한때의 위대한 신문을 잃어버렸음에 눈물을 훔친다"고 발표했다. WP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 보도 등으로 권력 비판에 앞장서 왔다.
WP는 지난해 10월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사설을 두고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 신문사는 1976년 이래 한 차례를 제외하고 공개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왔지만 지난 대선 때는 사주 베이조스의 결정으로 지지 사설을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베이조스는 '신문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사흘 만에 WP 구독자 20만 명이 이탈하고 편집위원이 항의 사직하는 등 반발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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