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나선 시민들 넘어질까 '발동동'
집회 인파 몰린 한남동 관저 더 혼잡
5일 오전 서울과 수도권에 한때 대설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면서 외출에 나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만난 윤모(15)양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양은 "바닥이 질퍽해서 평지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업무차 한국에 왔다는 박모(31)씨는 "내일 출장을 가야 하는데 계속 눈이 올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눈길에 자녀가 넘어질까 연신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시가 5,000여 명의 인력과 1,500대의 장비를 동원해 제설작업에 나서면서 차량 운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으나 도로가 언 탓에 차량들도 평소보다 서행하는 모습이었다. 오르막길에서 차 바퀴가 헛돌아 차가 쉽게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요일 근무를 위해 서울역 부근으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는 이모(26)씨는 "기사님이 정류장에 버스를 멈춰 세우려고 하는데 쭉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박을 뻔했다"고 안도했다.
곳곳에서 사고도 이어졌다. 송파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올림픽대로 잠실대교 부근에서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미니 밴 차량이 급정거한 앞 차량을 피하려다 한 바퀴를 돌았고, 뒤따르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승용차가 연이어 추돌했다. SUV 탑승자 3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관계자는 "폭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집회 인파가 몰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은 더욱 혼잡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철야 농성을 마치고 귀가하던 이들은 한강진역을 향해 가는 오르막길 내내 "어우 미끄러워" "천천히 걸어" 등의 대화를 나누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허지연(31)씨는 "어제 저녁에 급하게 집회에 참여하러 와서 아무 준비를 못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사촌이나 친구 집에서 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통행로를 제한하면서 눈이 쌓인 좁고 가파른 길을 한 줄로 지나가는 아슬아슬한 풍경이 연출됐다. 갈색 털모자를 쓴 한 장년 남성은 눈이 녹아내린 내리막길을 가다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가 벤치에 앉아 쉬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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