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 흡연율 줄었지만 전자담배는↑
니코틴 수용체 증가해 흡연량도 늘어
전문가 도움받으면 금연 성공률 높아
“4년 전 담배를 끊으려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바꿨는데, 오히려 전자담배를 더 피우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친척을 뵈러 큰 병원을 다녀왔는데, 입원실에 암 환자분들이 많은 걸 보고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6년간 금연 후 2021년부터 다시 흡연을 시작한 김모(43)씨는 “올해는 꼭 담배를 다시 끊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보건소에서 받은 니코틴 패치를 붙인 그는 “담배 생각이 계속 나서 힘들다”면서도 “건강을 생각해서 잠시 안 피우는 게 아니라 영원히 담배와 이별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6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일반담배(궐련) 흡연율은 17.7%(2022년 기준)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10년 전(25.8%)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사용률은 2023년 기준 14.2%로 5년 전보다 4.8%포인트 늘었다. 일반담배 흡연 인구가 전자담배로 갈아탔다는 뜻이다.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니코틴 의존성 때문이다. 담배 연기에 섞여 체내에 들어간 니코틴의 약 25%는 뇌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와 결합한다. 그러면 도파민 호르몬 분비가 늘어 즐거움과 불안 감소 등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흡연이 주는 보상이 직접적이다 보니 계속 갈망하게 된다.
문제는 흡연을 계속할수록 뇌에 있는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양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반면 민감도는 줄어 종전과 같은 양의 니코틴이 공급되더라도 갈망을 해소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이 흡연을 하게 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금연이 어려운 이유는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 때문"이라며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가 상담과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금연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금연을 혼자 시도하면 성공률이 5% 미만에 그친다. 반면 약물이나 니코틴 대체재, 상담 등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률이 4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쉬운 방법은 각 지역 보건소 등에서 제공하는 금연 클리닉을 통해 금연 치료를 받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 양천구의 경우 구민 1,261명이 양천구 금연클리닉에 등록했고, 등록된 참여자 가운데 531명(42%)이 금연에 성공하거나 유지 중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금연 치료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금연 치료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The건강보험’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홈페이지의 ‘금연 치료 의료기관 찾기’에서 볼 수 있다.
금연 치료는 8~12주 동안 6회 안팎의 의사 진료‧상담이 제공된다. 금연 치료 의약품 또는 니코틴 패치‧껌 등 니코틴 보조제 구매 비용도 지원한다. 1, 2차에는 진료비와 약제비 본인부담금 20%만 지원되지만 3회 차부턴 본인부담금이 전부 면제된다. 6회 차 상담을 받거나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전액 돌려받는다. 다만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사용할 때 본인 흡연량에 맞춘 니코틴 함량이 들어 있는 보조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니코틴 패치 사용 중 흡연은 어지럼증과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담배를 끊기 위해선 생활 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체내에 축적된 니코틴과 타르를 배출하는 데 도움 된다. 검은콩과 등푸른 생선, 당근, 양파 등 금연에 효과적인 식품을 주로 먹는 게 좋다. 등푸른 생선은 흡연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 내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검은콩은 이뇨 작용을 활성화해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짜고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은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술 역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연에 실패할 경우 건강에 여러모로 좋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이 2007~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 남녀 1만8,818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 남성은 비흡연 남성에 비해 복부비만(허리둘레 90㎝ 이상) 위험이 65%,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에 비해 복부비만(허리둘레 85㎝ 이상) 위험이 60% 높았다. 복부비만은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을 불러오기 쉽고, 뇌졸중 위험도 상승한다.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인 점도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다. 폐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률 중 1위를 차지하는 질병으로 전체 폐암 환자의 약 80%가 흡연자다. 앞서 2021년 질병관리청 연구에선 흡연 기간이 오래될수록 폐암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발생 확률은 20대 흡연자의 경우 1%에 그쳤으나, 30대부터 늘기 시작해 60대 이상 흡연자의 해당 확률은 68%까지 치솟았다.
고대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정재호 교수는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거나, 가족에게서 폐암이 발생한 이력처럼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폐암 환자 중 약 25%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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