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영장집행 지휘' 규정 들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 안 맞아 논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일 경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밝히자, 법조계에선 "근거 없는 조치"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공수처가 근거로 든 법 조항의 해석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하루 만에 "공조수사본부 체제하에 경찰과 잘 협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영장 집행 지휘' 규정 들어… "공수처 수사관 외에도 적용?"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밝히면서 근거로 형사소송법 81조를 들었다. '(재판 단계에서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은 검사 지휘에 의해 경찰이 집행한다'는 규정이다.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청구한 구속·체포영장 집행 때도 같은 규정이 준용된다. 공수처법 47조 준용 규정에 따라 공수처 검사에게도 해당 형사소송법 조항이 적용된다는 게 이 차장 설명이다. '지휘' 형식을 빌려 경찰에 영장 집행을 위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공수처 논리에 대한 반응은 형사소송법 81조 해석에 따라 갈린다. 해당 조항 문구가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수사권 조정 후 일반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관련 표현이 삭제되고 '협력'으로 대체된 만큼, 영장 집행 지휘 역시 검찰 소속 사법경찰관인 검찰 수사관에게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해석을 따르면 공수처 검사도 공수처 소속 사법경찰관인 공수처 수사관에게만 영장 집행을 지휘할 수 있다. 공수처법상 영장 집행 지휘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데다, 공수처법에서 준용하도록 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자체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차장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경찰이 공수처 해석대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면 앞으로 경찰은 공수처 검사에게 한 것처럼 검사의 영장 집행 지휘에 응해야 한다"면서 "간신히 검사의 수사지휘로부터 벗어났는데 응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엔 없는 재판지휘권 규정일 뿐" 해석도
다른 형사소송법 조항과 달리 81조에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 지휘' 문구가 수정되지 않은 것은 해당 조항이 수사지휘가 아닌 '재판 집행 지휘'에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검사의 직무를 규정한 검찰청법 4조1항4조에는 '재판 집행 지휘·감독' 항목이 남아 있다. 형 집행 등 법원 명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선 여전히 검사의 지휘 권한이 인정된다는 얘기다. 검사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판사가 발부하는 것 역시 재판의 일종이라는 게 그간 헌법재판소 결정례다. 결국 검사가 경찰에 대해서도 체포영장 집행 지휘를 할 길이 열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해석을 따르더라도 공수처가 경찰에 영장 집행을 지휘할 수는 없다. 공수처법 47조에 '검찰청법 4조1항4호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이 실무적으로 재판 집행 지휘권을 행사하는 방식도 공수처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한 차장검사는 "지휘를 한다고 해도 대부분 형 집행 관련이고, 검찰이 직접 청구한 영장 집행을 경찰을 통해 지휘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협력 조항도 있지만
공수처가 형사소송법이 아닌 공수처법 17조4항 규정(처장은 필요한 경우 경찰청장 등에게 수사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을 들어 지원을 요청할 수는 있다. 다만 이 역시 지원 수준에 따라 위법 논란이 일 수 있다. 김성룡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강제 처분권은 수사권 조정 후에도 검사의 권한"이라면서 "공수처가 경찰에 위임한 뒤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지겠다'고 장담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경찰이 알아서 집행하라는 취지라면 공수처가 자기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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