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 허수아비 전락 최규하
방자한 정치에 입지 흔들리는 최 대행
윤ㆍ이 문제 원칙 관철해 소명 다하길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괴한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지 한 달여가 지나고 있다. 그 일을 저지른 게 공천개입 사건 등의 불을 끄려는 ‘자폭 이벤트’인지, 그 자신의 말대로 ‘구국의 충정’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어쨌든 국회의 신속한 대처로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면서 격동은 조기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다. 오히려 나라가 더 깊은 혼돈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탄핵절차와 수사가 뒤엉키는 듯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게 문제다. 이미 국회 봉쇄를 기도한 정황과 증언이 확보되는 등 적어도 윤 대통령이 불법적인 헌정 중단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점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그게 아니라도 그날 밤 이래 국민이 겪은 엄청난 충격과 혼란, 심대한 국정 난맥과 국격 훼손, 막대한 경제•외교안보 피해를 감안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진작에 하야하거나,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헌재의 탄핵심판과 관련 수사에 부응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계엄 실패 직후부터 “반국가세력에 맞서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국회의 요구가 있어 계엄을 해제”했다거나,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고, 경고만 하려던 것”이라는 등 횡설수설 주장을 이어가면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그 즈음 측근인 윤상현 의원이 나서 “무도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 없기 때문에 탄핵에 반대한다”며 ‘윤석열 방탄’에 나섰다. 요컨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 전에 조기 대선을 하면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는 논리로 탄핵 지연작전을 시동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국힘 일각의 이런 시도는, 한덕수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며 조기 대선 밀어붙이기에 들어간 민주당 전략과 충돌하며 여야 간 극한대결을 불렀다. 당장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 철회를 둘러싼 여야 논쟁부터 수만 명이 운집한 한남동 윤 대통령 체포 찬반 길거리 시위에 이르기까지 날이면 날마다 대립과 난맥상이 이어지며 나라가 온통 들끓는 도가니탕이 돼버렸고, 해외에서는 한국의 정정 불확실성에 대해 점차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중이다.
국힘 일각의 주장대로 이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민주당 이 대표가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경우, 조기 대선에 앞서 판결을 통해 이 대표의 ‘대통령 자격’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는 국민 다수의 여망이 뒤틀리는 것도 맞다. 그러나 정작 이런 난장판을 불러놓고는 헌정과 국정, 경제와 안보가 엉망이 되든 말든 ‘이재명한테는 정권 못 준다’며 또다시 국민의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윤 대통령과 국힘 일각의 정파적 행태는 용납할 수도, 용납돼서도 안 된다.
결국 여야가 나라를 혼돈과 불확실성의 늪으로 몰아가는 한심한 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힘은 현재 헌법에 의해 국가 비상대권을 승계 받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은 막강한 비상대권을 가졌음에도 전두환 신군부에 휘둘린 끝에 ‘허수아비 대통령’만 잠깐 하곤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지금 최 대행 뒤엔 여야의 정파적 일탈을 준엄하게 직시하는 다수의 성숙한 국민이 포진해 있다. 그러므로 최 대행은 자리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분발해 법과 원칙을 관철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소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장 세 가지 일부터 하기 바란다. 첫째, 법원 영장에 의거해 윤 대통령 체포에 경호처가 협조토록 지시할 것 둘째, 국가수반으로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이 대표 재판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공개 요청할 것 셋째, 여야 대표를 만나 여야정 협의체 즉각 가동을 요청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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