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4명 의원 한남동 관저 결집 육탄 방어전
지도부는 헌재, 경찰청 찾아 "체포 영장 무효"
계엄 옹호 인사 대변인 발탁 논란에 자진사퇴
당내서도 전광훈당 우려 "중도 떠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법치 파괴를 불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고, 지도부는 경찰청·공수처·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야당 결탁론'을 주장하며 노골적 흔들기에 나섰다. 법치주의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보수 정당이 앞장서 사법체계를 부정하며 국가 근간을 무너뜨리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아스팔트 강성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에 당내에서도 “전광훈 목사와 같은 극우로 인식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남동 몰려가 "최선 다해 싸우겠다"
여당의 법치 파괴는 거리에서 불을 뿜었다.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이날 새벽 6시부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해 스크럼을 짜고 '윤 대통령 엄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기간 만료일에 맞춰 집권여당 의원들이 공권력 행사를 막아서기 위해 육탄 방어에 나선 것이다. 한남동 앞에서는 전날부터 전광훈 목사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여당 의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윤 대통령 엄호 메시지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친윤석열계 김기현 의원은 “많은 애국시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에 이렇게 싸우고 계신데 정말 송구스럽고 감사하기 짝이 없다"라며 "원천 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워 나가겠다"고 핏대를 높였다.
이날 거리 투쟁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윤상현·조배숙·박대출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포함됐다. 지난 3일 공수처의 첫 체포영장 집행 당시엔 윤 의원과 박충권·이상휘·조지연 등 일부 초선 의원들만 관저 앞을 찾았던 데 비해 이날은 국민의힘 의원(108명)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보수 지지층이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서면서 친윤·영남권 의원들도 이들을 의식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헌재 불공정" "정국 활용" 저격
국민의힘도 지도부도 국가 기관들을 직접 공격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편향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한다고 지적했다"고 헌재를 저격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경찰청·국가수사본부를 잇따라 방문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무효"라고 목청을 높였다. 재판부가 체포영장 발부에 거듭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전면 부정하며 사법부 권위를 흔들고 나선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 헌법재판소까지 사법기관의 정파성을 주장하며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에서 "공수처가 현재 정국을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사법체계의 공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조배숙 의원은 "헌재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다.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했다. 윤 대통령 수사부터 재판을 진행하는 사법기관에 정파적 딱지를 붙여 수사 및 재판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엄 옹호론자 대변인 임명... "중도가 떠나고 있다"
여당의 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는 결국 강경 지지 세력을 의식한 행보다. 불법 계엄에 사과하고 쇄신하는 정공법 대신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꼼수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날 불법 계엄 직후 "대통령이 선관위 상륙작전으로 한 방을 보여주셨다"며 불법 계엄을 옹호한 인사를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가 논란이 일자 자진사퇴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노골적인 윤 대통령 방탄에 여당 전체가 쏠려가는 흐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정당은 국회에서 갑론을박을 해야지, 광장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가면 국정도 혼란해지고 국민도 불안할 것"이라며 "30~40%에 해당하는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윤계인 조경태 의원도 "의원들이 (한남동에) 너무 많이 참석해 당 차원의 윤 대통령 지키기처럼 보일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날까지도 지도부는 거리 투쟁에 나선 의원들에 대해 "개인행동"이라고 둘러댈 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관저 앞에 집결해 체포 영장 저지에 나선 여당 의원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원 고발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집회에 참석한 의원도 국민 눈높이를 다소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남동에 일찍 도착한 일부 의원은 관저 안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면담했다고 한다. 이후 윤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함께 식사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의원들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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