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트럼프 2기 대응 실패 책임
연정 파트너·여당 의원 모두 등돌려
집권 10년 만에 사임… 정국 격동 전망
쥐스탱 트뤼도(54)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수개월째 이어진 고물가와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집권 여당까지 등을 돌린 결과다. 2015년 '젊고 쾌활한 이미지'를 앞세우며 진보 정권 탄생을 이끌었던 트뤼도 총리의 10년 집권이 끝나고 제1야당인 보수당이 권력을 탈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실정의 벽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타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달간 의회가 마비 상태였다"며 "새 총리 및 여당인 자유당 대표가 선출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3월 24일까지 의회 휴회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5월까지는 야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번 사임 발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달 기준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의 지지율은 17%까지 떨어져 제1 야당인 보수당(지지율 40%)에 23%포인트가량 뒤처졌다. '정권 붕괴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자 연립정부 파트너인 신민주당(NDP)은 물론, 자유당 의원들도 트뤼도 총리 사임 및 당대표 교체를 공개 요구하기 시작했다. 글로브앤메일은 "트뤼도 총리는 사임 발표 전부터 직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폭락 원인은 단연 '경제 실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물가가 치솟았고, 저소득층 분노를 달래기 위해 추진했던 감세 정책도 정치적 반대에 부닥쳤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돌연 '25% 추가 관세 부과' 엄포를 놓자 지나치게 저자세 외교로 대응해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는 조롱을 자처했다는 비판도 들끓었다. 지난달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재무장관의 전격 사퇴로 표출된 내각 내분은 트뤼도 총리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수년간 축적된 균열 깊어질 것"
트뤼도 총리 퇴진으로 캐나다 정국은 당분간 격동을 겪을 전망이다. 우선 명확한 차기 리더십이 없어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이 시급하다"며 정부 불신임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는 보수당 측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브앤메일은 "수년 간 축적된 정치적 균열이 일제히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사의 표명은 트뤼도 총리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패배로 기록될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훤칠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키며 당시 44세 나이로 집권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보수당 정권을 자유당으로 가져온 성과였다. 이후 두 차례 총선에서 승리하며 10년간 친(親)이민·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젊은 진보 지도자 기수'로 등극했으나, 결국 씁쓸한 뒷모습을 남기며 퇴장 수순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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