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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아이콘’ 트뤼도의 씁쓸한 퇴장... 트럼프발 '관세 압박'이 결정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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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아이콘’ 트뤼도의 씁쓸한 퇴장... 트럼프발 '관세 압박'이 결정타였다

입력
2025.01.07 1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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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 때 캐나다 총리 올라 9년여간 집권
성평등·환경·난민 옹호하며 '진보 상징'
물가·집값 상승, 혐오 인식 상승에 인기↓
트럼프에게 "주지사" 불리며 조롱당해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2016년 10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의 새 아마존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의 높았던 인기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브램턴=AP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2016년 10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의 새 아마존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의 높았던 인기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브램턴=AP 연합뉴스

"외교 회의 때마다 팬들이 함께 셀피를 찍으려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로 사랑받았던 리더의 충격적 몰락."

6일(현지시간) 발표된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서구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집권을 시작했던 젊은 정치인은 9년 2개월 만에 '가장 인기 없는 총리'(지지율 약 20%)라는 초라한 뒷모습을 남기며 퇴장하게 됐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전 "이제는 리셋할 시간"이라며 "당이 차기 대표를 선출한 이후 당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갈등을 겪어야 한다면 나는 그 선거에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장기간 지속된 소속 정당(자유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진보 정치의 상징에서 수렁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오타와 관저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오타와=AFP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오타와 관저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오타와=AFP 연합뉴스

정치 엘리트 가문 출신인 트뤼도 총리는 2013년 위기에 처한 자유당의 구원투수로 깜짝 발탁되며 이름을 알렸다. 겨우 2년 만인 2015년 11월 그는 자유당을 10년 만의 총선 승리로 이끌어 만 44세에 총리가 됐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이자 환경운동가, 난민 및 원주민 권리 옹호자"로 규정하면서 진보 정치의 상징이 됐다. 당시 캐나다 최초의 젠더 균형 내각을 구성하면서 던진 "2015년이니까요"라는 말은 트뤼도 총리의 정치적 브랜드를 그대로 보여 주기도 했다.

한때 어딜 가나 주목받던 '스타 총리'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전 세계가 겪은 생활비 상승과 이민자 혐오 인식 증가의 영향이 컸다. 영국 가디언은 "트뤼도의 소년 같은 카리스마는 엄청난 주택 가격 상승과 급등하는 식료품 인플레이션 등에 직면한 캐나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제적 망신을 산 것도 캐나다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캐나다가 이민자와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취임 첫날부터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출의 77%를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로선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 보였다.

안 그래도 경제 위기로 신음하던 캐나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의 '엄포' 나흘 만에 그의 별장을 직접 방문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문제 해결은커녕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건 어떠냐"는 조롱을 들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며 모욕까지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6일 트뤼도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에도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하면 관세는 사라지고 세금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기며 또다시 조롱했다.

트뤼도 대체할 다음 총리는?

2018년 10월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당시 외교장관이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간 무역협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중인 지난달, 트뤼도 총리의 예산안 등에 반대하며 전격 사임했다. 오타와=AFP 연합뉴스

2018년 10월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당시 외교장관이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간 무역협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중인 지난달, 트뤼도 총리의 예산안 등에 반대하며 전격 사임했다. 오타와=AF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차기 캐나다 총리 후보군으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프랑수아필립 상파뉴 혁신부 장관 등을 꼽았다. 크리스티 클라크 전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총리, 마크 카니 전 캐나다은행 및 영국은행 총재 등 외부 인사들도 출사표를 던질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든 것의 장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프릴랜드 전 장관 겸 부총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지난달 트뤼도 총리의 예산안에 항의하며 전격 사임했고, 이후에도 "총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트뤼도 총리 지지율을 더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해 10월 전에 치러질 총선에서 보수당이 자유당을 이기면, '캐나다의 트럼프'로 불리는 피에르 푸알리브르가 총리 자리를 꿰찰 수 있다. 푸알리브르는 탄소세 삭감, 정부 지출 억제, 감세 등을 주장한다. 보수당 지지율은 현재 20%포인트 이상 자유당을 앞서고 있다.

곽주현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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